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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열혈강호 69권을 기다리며

 

 

열혈강호 1권이 발매된 게 1994년이니 22년이 흘렀다. 내가 중학교 때 보기 시작한 이 만화가 마흔을 몇 년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 발매 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약 4~5달에 한 번꼴로 나오는 이 만화책을 언제부터인가 구매하기 시작했고, 육십 여덟 권의 책이 책꽂이 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68권이 지난해 말 발매됐으니 69권이 나올 때가 됐는데 아직이다.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매일 한 번씩 ‘열혈강호 69권’을 검색해 보는 것. 기대하는 맘이 있다. 곧 발매되겠지. 예상컨대 앞으로 5년 내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 같다.

 

이 만화는 흥미를 끄는 각종 요소가 있겠지만 우선 구도를 들 수 있다. 한비광이라는 주인공이 처한 위치. 정파와 사파의 경계선에 서 있다. 사파의 지존 천마신군의 여섯 번째 제자로 부름 받았지만 서로 원수같이 여기는 사파와 정파가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계파 구분에 대한 환멸로 본인은 어느 쪽에도 속하길 거부하지만 ‘출생의 비밀’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무림 속으로 뛰어들면서 행군을 이어가고 그의 무공 및 정신적 성장과 함께 원수지간인 정·사파의 경계선이 흐릿해져 간다. 이런 구도 설정에는 정파 천하오절 중 한 명인 검황의 손녀 담화린과 한비광의 러브 스토리가 주제를 뒷받침한다.

 

정·사파 간의 대립이 자존심 대결이라면 제3의 절대 무공 세력인 신지와의 대결은 선악 대립 구도다. 세외 무공을 쓰는 북해빙궁 등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신지는 무도자의 최소한의 양심 없이 무공이라는 ‘절대 선’만을 기준으로 삼는 집단이다. 예의 법도, 측은지심 등은 소용 없다. 절대 선인 무공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인은 철저히 버려지는 등 사람을 무공의 도구로만 취급한다. 사파가 정파에 외면받던 ‘근본 없는 무공’이라는 설움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어쨌든 이 만화는 정·사파와 신지의 대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혹시나 또 다른 제 4의 세력이 나타나 열혈강호 시즌 2를 예고하는 건 아닌지...

 

그냥 오늘도 이 아침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검색해 봤다가 아직 69권이 발매되지 않아 주저리주저리 감상평을 남겨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한비광과 송무문 문주 유원찬의 대결. 동생 유승빈 패거리들에게 온갖 오해를 받으면서도 유원찬은 송무문 추의환영검술을 완성하고, 권동희 장로 등 원로들이 '흑풍회를 막아섰던 유일한 정파' 송무문의 자존심이 회복된 것을 보고 눈물 흘리는 장면. 또 다른 하나는 천하오절 중 한 명으로 천마신군에 문파를 넘기고 거지로 전락한 괴개가 한비광에게 맨손 무공을 전수해 주고, 무력이 빠진 괴개를 농락하는 무림인에게 한비광이 백열권풍아를 날리는 장면. 아픔을 가진 괴개가 죽으면서 자신의 삶의 이유 중 하나로 엉뚱한 제자인 한비광을 떠올리는 모습. 

 

다른 인상적인 장면도 물론 많다. 진풍백의 혈우환, 홍균과 진상필, 흑풍 광무를 펼쳐라, 화룡도 각성.... 최근 신지에 들어가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은 스포일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략.

 

이번에 바쁜 일이 끝나면 작정하고 1권부터 다시 한 번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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