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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냉정함에 대하여

ⓒ뉴시스 / 금보다 값진 동메달을 딴 김현우 선수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지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자 레슬링 75kg급 김현우의 16강 판정이 논란이 됐었죠. 러시아 선수 로만 블라소프에 5-7로 패했는데, 블라소프에게 3-6으로 뒤처져 있던 상황에서 종료 3초 전 김현우가 4점짜리 기술인 가로들기를 성공시켜 역전승을 거두는 듯했지만, 심판은 2점만을 인정했습니다. 안한봉 감독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논란이 됐죠. 온 국민이 들끓었고, 편파 판정은 기정사실로 됐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조간들도 16일 관련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죠.

 

경향 "심판 편파 판정에"
국민 "오심도 못 막은 투혼"
동아 "편파 판정 패배 딛고"
서울 "오심 딛고"
세계 "편파 판정"
조선 "오심 논란에도"
중앙 "편파 판정 심판 보란 듯이"
한겨레 "16강 판정 논란 속"
한국 "러시아 횡포에 도둑맞은 금"

 

울분을 자아내기 충분한 제목들입니다.

 

그. 런. 데. 반전이 일어나죠.

 

뉴시스 - 韓 선수단 법률담당, 김현우 ‘판정 논란’에 "이의 없다"(기사보기)


한국 선수단의 법률 담당인 제프리 존스 국제변호사가 판정에 "이의 없다"고 밝힌 것이죠. 경기 결과를 다시 비디오로 보니 심판 판정에 하자가 없었다는 겁니다. 한국 코치들도 인정했다고 합니다.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편파 판정으로 단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했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 역시 심판을 향해 거침없이 육두문자를 날렸던 터라 더 그렇습니다.

 

조간들도 그런 분노한 민심을 반영해야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언론사가 잘못된 제목을 뽑은 셈이 됐네요. 그래도 한겨레가 차별화된 제목을 뽑아 눈길을 끕니다. ‘판정 논란 속’이라고 했군요. 나름의 고민이 있었던 걸까요?  

 

올림픽을 보다 보면 감정에 충실해질 때가 많죠. 냉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