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사/육아아아하

삶의 소소한 기쁨



유치원이 두 시에 끝나면 첫째는 약속이나 한 듯 친구 4~5명과 놀이터로 직행한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나 할머니, 이모도 아이들의 대열에 필수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다섯 살이라 등하교에 부모와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한 때에 아이들만 떼 놓고 갈 순 없다. 


그런데 요 며칠 가을인데도 추운 날씨가 이어졌다. 아이들이야 춥든 덥든 놀이터서 뜀박질에 신났지만 문제는 어른들이다. 아이들과 같이 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있자니 추위를 이길 방법이 없다.


하나둘 아이들과의 흥정이 시작된다. "날이 추우니까 감기 걸리겠다. 집에 가자.",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집에서 재밌는 놀이 하자". 한두 번 아니라 해도 보호자의 약간의 강제성을 띈 흥정에 아이들은 넘어가게 마련. 다른 친구들이 한둘 빠지면 아이들은 덩달아 자기도 가야 하나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유혹에도 첫째 녀석이 꿋꿋하게 혼자 남아 놀이터를 지켰단다. 혼자지만 열심히 놀았다. "그래, 추울 때일수록 더 열심히 신나게 뛰어다녀야지!", 어른이 좀 고생하더라도 그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기특했다. 회사에서 일하느라 평일에 같이 놀이터에서 놀아주지 못하는 아비는 고민했다. 아이에게 어떤 보상을 해줄까.


늘 달고 다니는 노트북으로 상장을 만들었다. 


"위 어린이는 추운 날씨에도 

유치원이 끝난 후 놀이터에서 

씩씩하게 잘 놀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구겨지지 않게 정성스레 들고 퇴근 후 집에 가서 작은 수상식을 했다. 아이는 상장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아비와 어미의 칭찬에 마냥 기쁘다. 종이를 한참 들고 다녀 좀 구깃구깃해졌지만 내가 봐도 멋진 상장이다.


미소를 가져다주는 일은 일상에서 멀리 있지 않다. 종이 하나에 이토록 소소한 즐거움이 담기다니.

'인생사 > 육아아아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없이 주말에 아이 둘 데리고 7시간 나들이하는 노하우  (0) 2017.02.05
기억하고픈 순간  (0) 2017.01.31
동반자와 양육자  (2) 2016.09.17
아비와 아들의 책장  (0) 2016.09.10
아이와 우산  (0) 201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