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사/엉뚱한 생각

보복운전이 생기는 이유는 표출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

운전하다 보면 불끈할 때가 많다. 불쑥 끼어들거나, 개념 없이 차 머리를 옆 차선에 들이대 똥구멍이 한 차선을 가로막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비보호가 아닌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빵빵거리는 차도 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좌우를 넘나드는 택시는 오래 보다 보니 내성이 생길 정도다.


‘이래서 보복운전이 생기는구나’ 싶을 정도로 화가 치미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무개념 운전을 한 앞차가 비상 깜빡이 하나 정도 켜 주면 ‘그래도 자기 잘못은 아는구나’ 싶어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진다.

비상 깜빡이의 여러 용도가 있지만, 상대에게 불편을 줬을 때 사용하는 빈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아쉬움이 든다. 비상 깜빡이는 대부분 앞 차용이다. 앞차가 잘못했을 때 뒤차에 사과의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비상 깜빡이를 사용한다. 그런데 끼어들기를 무리하게 하려다 실패한 차가, 사고를 간신히 모면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앞차 운전자에 사과 신호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땅찮다. 경적을 울리면 앞차의 화를 더 돋울 뿐이다. 비상깜빡이를 켜더라도 뒤차에 보내는 신호라 생각하지, 앞차에 보내는 사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호를 하나 더 만들어보면 어떨까. 색깔을 파란색으로 달리하든, 아니면 깜빡거리는 빈도를 2배속으로 하든 간단한 약속으로 신호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현행 시스템에서는 뒤에서 앞으로 보내는 신호가 없다.



이참에 차의 속성을 생각해본다. 차는 전방지향적이다. 후방을 위한 백미러와 사이드미러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방으로 더 잘 달릴 수 있게 하는 보조장치요 주차를 원활히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당연하다. 사람의 눈이 앞에 달렸지 뒤에 달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도 앞으로 잘 달리지 뒤로 달리기는 한계가 있다. 현행 차 설계도는 지극히 인체 공학적이다. 시속 100킬로 넘게 달릴 수 있지만, 후진은 아무리 밟아도 한계다.

빵빵 울려대는 경적 역시 전방의 차나 사람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하지 후방을 향하지는 않는다. 앞차가 아무리 빵빵거리더라도 뒤에 있는 내 차를 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인 자동차, 스마트 자동차가 나오는 시대다.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단지 사람 대신 운전해 주는 방식만 바꿀 필요가 있을까. 앞뒤, 양옆으로 자유자재로 반응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차를 만들면 어떨까. 


좌회전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불쑥 끼어들려다 만 차량이 뒤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따라오는 모습에 화가 나서 몇 자 적어 봤다.


2017/01/17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동일 시간대에 차 막힘이 다른 이유

2017/01/10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좌회전에 대한 엉뚱한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