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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카드 결제 환영'과 '카드 결제 가능'의 어감차이


○‘카드 결제 환영’

‘카드 결제 환영’이라는 문구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노점상이다. 대리운전, 픽업, 용달 업체 등에서도 일부 볼 수 있다. 카드로 계산이 안 될 것 같은 곳에서, 뜻밖에 결제가 가능할 때 이 문구를 사용한다. 카드를 사용할 법한 곳에선 아예 언급이 없거나 '카드 결제 가능' 정도를 쓴다.

따지고 보면 '환영'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의미 전달로만 본다면 ‘카드 결제 가능’ 정도로만 써도 충분하다. 왜 굳이 ‘가능’ 대신 ‘환영’을 쓰는지 생각해 봤다.

소비자를 의식해서가 아닐까. ‘가능’하다고만 하면 왠지, ‘현금보다 달갑지 않지만, 신용카드를 주니까 어쩔 수 없이 받겠다’ 이런 의미로 들린다. 지금도 일부 소매상에서는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카드 수수료, 세금 등등을 의식해서다. 현금 대신 카드를 내밀면 노골적으로 인상을 찡그리는 곳도 있다. 미용실이나 식당에만 가도, ‘현금 결제시 500원 할인’이라고 돼 있는 곳이 꽤 많다. 유인책이 확실하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탓에 노점상이나 몇몇 업체에서 카드를 쓰면 왠지 미안해진다. 선뜻 카드를 쓰는 게 내키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에서, 나 같은 소비자에게 ‘카드 결제 가능’ 정도로는 그런 카드 사용의 미안함을 불식시키기에 2% 모자라는 측면이 있다. 그 모자람을 채워주는 게 ‘환영’이다. 환영은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는다’는 뜻. 주인이 먼저 반갑게 맞는다고 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어진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

사정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이 단어는 사실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이다. 식당 자리는 한정돼 있고, 음식을 팔아야 하는데 일행 중 일부가 도시락을 싸오거나,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자릿세도 뽑기 어렵다.

만화방에서도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요즘 현대식 만화방은 음료와 식사 등 간식 대부분을 자체 판매한다. 만화방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는 솔직히 맛이 별로 없다. 만화가 메인이지 커피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밖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만화방에 들고 들어가고픈 충동이 강하다. 그걸 막지 않으면 만화방이 근처 커피점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된다.

‘우리 매장은 1인 1식을 원칙으로 합니다’ ‘1인 1 주문을 해 주세요’도 마찬가지다. 불쾌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지도 않다. 상냥하게 해요체를 썼지만, 압박으로 다가온다. 웃으면서 경고하는 게 더 무섭다. 

이런 상냥한 경고와 엄포를 들으면서까지 밥을 먹어야 하나 싶다. 서로서로 예의를 좀 지켜주면 어떨까. 이 문구가 나온 건 염치 없는 손님 때문일 것이다. 주인이 이렇게 명시적으로 경고하지 않아도, 손님이 지킬 건 지켜주는 식문화가 있다면 좀 더 편한 맘으로 밥 먹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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