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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두 글자로 보는 현 시국

남과 북에서 거대한 두 사건이 일어났고, 이런 시국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뉴스에 판친다. 묘하게 두 사건을 지배하고 있는 단어가 어느 접점에서는 겹친다. 가만히 섞어서 들여다보면 어느 게 남쪽, 어느 게 북쪽의 일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신기하다.


피살 / 농단 / 암살 / 비운 / 구속 / 독살 / 처형 / 독재 / 패권 / 암투 / 도피 / 공작 / 부역 / 염병 / 차명 / 은폐 / 애국


나른한 오후, 두 글자로 된 단어들만 뽑아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을 정리한 뒤 사족을 붙여 봤다. 


△피살(被殺) : 죽임을 당함.

△농단(壟斷) : 밭두렁 농, 끊을 단의 한자가 합쳐져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 (일반적 의미의 농단은 독점의 의미다. 그런데 최근 사용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의 ‘농단’은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는 뜻으로 이런 사전적 의미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농’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사전적 의미보다는 희롱할 농(弄)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희롱할 농으로 이해하면 설명이 된다.)

△암살(暗殺) : 몰래 사람을 죽임

△비운(否運/悲運) : 불행한 운명 / 순조롭지 못하거나 슬픈 운수나 운명.

△구속(拘束) :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함.

△독살(毒殺) : 독약을 먹이거나 독을 써서 사람을 죽임.

△처형(處刑) : 형벌에 처함.

△독재(獨裁) : 특정한 개인, 단체, 계급, 당파 따위가 어떤 분야에서 모든 권력을 차지하여 모든 일을 독단으로 처리함.

△패권( 權) : 어떤 분야에서 우두머리나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여 누리는 공인된 권리와 힘. (이 단어는 사전에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에서 나오는 패권이라는 단어는 부정적 어감이다.)

△암투(暗鬪) : 서로 적의를 품고 드러나지 아니하게 다툼.

△도피(逃避) : 도망하여 몸을 피함.

△공작(工作) :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밈.

△부역(赴役/附逆) : 사사로이 서로의 일을 도와줌 /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함.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부역자'는 赴役인가 附逆인가)

△염병(染病) :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이런 뜻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염병하네’는 결국 ‘장티푸스를 앓다’라는 뜻인데 전혀 다른 어감으로 와 닿는다.)

△차명(借名) : 남의 이름을 빌려 씀. (뭔가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계좌’ ‘휴대폰’ 등의 단어가 붙으면 부정적이다. 뭐가 구리다고 남의 이름을 쓰나.)

△은폐(隱蔽) : 덮어 감추거나 가리어 숨김.(적에게 노출되지 않는 군사 작전할 때만 긍정적 의미가 있다. 나머진 다 부정적 의미. 뭐가 구리다고 감추나.)

△애국(愛國) : 자기 나라를 사랑함.(물론 위에 있는 단어들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하지만 요즘 애국한다는 사람들의 말이 좀 무섭게, 좀 자기합리화로 와닿아서 포함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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