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 인생을 보다

인생사/시와 그림 2017.03.04 11:39

덧없음을 표현하는 말이 ‘하루살이’라지만

잠시 태어났다 순식간에 생을 마감하는 물방울에 이 단어를 쓰는 건 과분하다. 

사우나의 물방울은 ‘순식살이’라고 해야 옳다. 


수없이 많은 물방울은 덧없다.

덧없지만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다시 태어나니 영원을 닮았다.


여탕의 속사정이야 알 리 없지만 

남탕에서만큼은 민망함도 잊은 채 여기저기 널브러진 방울들이 이리척 저리척 덜렁거리고

사우나를 가득 메운 시야를 가리운 습기 방울의 뿌염은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순간과 영원 사이에서 몽롱해질 때쯤 

‘탕 안에서 발뒤꿈치, 발가락 사이 때를 밀지 마세요’라는 엄포성 문구에 

왠지 맘이 찔려 다시 정신을 차린다.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에 내려간 한가한 주말 아침, 사우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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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의 날개 2017.03.06 09:41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글을 읽다보니 남다른 감성과 해박함이 느껴지네요.
    왠지 따뜻함이 느껴지는 에세이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잘 둘러보고갑니다.
    그리고 좋은글 자주 볼 수 있도록 티스토리 초대장 부탁드려요. k831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