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사/시와 그림

사우나에서 인생을 보다

덧없음을 표현하는 말이 ‘하루살이’라지만

잠시 태어났다 순식간에 생을 마감하는 물방울에 이 단어를 쓰는 건 과분하다. 

사우나의 물방울은 ‘순식살이’라고 해야 옳다. 


수없이 많은 물방울은 덧없다.

덧없지만 도무지 멈출 줄 모르고 다시 태어나니 영원을 닮았다.


여탕의 속사정이야 알 리 없지만 

남탕에서만큼은 민망함도 잊은 채 여기저기 널브러진 방울들이 이리척 저리척 덜렁거리고

사우나를 가득 메운 시야를 가리운 습기 방울의 뿌염은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순간과 영원 사이에서 몽롱해질 때쯤 

‘탕 안에서 발뒤꿈치, 발가락 사이 때를 밀지 마세요’라는 엄포성 문구에 

왠지 맘이 찔려 다시 정신을 차린다.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에 내려간 한가한 주말 아침, 사우나에서


2017/03/02 - [세상사/시사스러운] - '태극기가 이념에 펄럭입니다. 하늘높이 우울하게~'

2017/02/26 - [인생사/육아아아하] - 포근한 주말

'인생사 > 시와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갈한 무덤  (0) 2017.03.19
눈 내린 다음 날 아침  (0) 2017.01.21
발자국  (0) 2016.12.27
가을이 밟고 간 낙엽  (0) 2016.10.14
관악산 소나무야 신림동 해야 구름아  (0) 201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