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에 내려가기 전, 첫째가 장난감을 더 가지고 놀고 싶다고 내려가지 않겠다고 떼 아닌 떼를 썼다. 시골 외갓집에는 더 재미있는 게 많다고 달래면서 아빠가 옥스퍼드 블록을 더 사 놓을 테니 잘 다녀오라고 했다. 요즘 들어 옥스퍼드를 신나게 가지고 노는 아이가, 몇몇 구조물을 만들면 블록이 떨어져 아쉬워하는 모습을 봤다. 언젠가 리필용 블록을 사 줘야지 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은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깜빡했다. 감쪽같이. 혼자 있었던 자유 시간에 너무 취해서 그런 건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에 업무가 많아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아이가 기억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
내일 유치원 개학을 앞두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블록을 사다 놨냐는 거다. 회사에서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아이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깜빡했던 이유는, 여섯 살 난 녀석이 그걸 기억하겠느냐는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하면서 업무차, 혹은 주변인들과의 약속을 내가 잊었던 때가 있었나. 일주일 전 약속을 잊지 않을 만큼 아이가 어느덧 커 있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리필용을 주문했다. 오늘은 저녁 회식이 있어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볼 수밖에 없지만, 내일이라도 아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겠다. 주문한 상품이 내일 도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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