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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때

비이성적 상황을 만날 때, 비상식적 사람을 마주할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분노가 치밀 때가 있다. 어이가 없어서 황당할 때도 있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퇴장하는 마지막 모습에서 그나마 품위라도 지켜주길 바랬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컸나 보다. 

흥분으로 맞서기보다 더욱 냉정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아본다. 검찰과 특검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권위까지 부정하는 사람. 사법부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어떤 판단이 나온다 한들 불복은 불보듯 뻔하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했고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하려 했고 그 모습을 청와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 글썽이는 눈물에 담아 내비쳤다.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대는 이런 초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그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일부 지지자도 포함한다. 같이 열을 올리면 안 된다. 맹비난을 퍼붓는 건 당장은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니체의 표현대로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불복에 맞서는 치밀한 이성이 필요한 때라고 되뇐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그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돼 있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헌법과 법률을 넘어선 역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사법부의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지만 10년 후 50년 후 기록될 역사는 오늘 그의 발언을 보고 울분을 토하는 이들의 몫이다. 이번 일련의 사건이 제대로 기록되고,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한 발전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할 역할이 있다.

그냥 자려다 다짐의 의미에서 한줄 남겨 본다. 시사적인 글은 가급적 이 공간에서는 안 쓸 생각이었는데, 슬슬 워밍업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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