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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육아아아하

어린이집 등원철, 부모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어린이집 등원 철이다. 네 살을 맞아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둘째. 지난주에는 엄마와 함께 있었다가 이번 주부터 한 시간씩 떼어놓는 연습을 했단다. 첫날엔 뭣도 모르고 울지 않던 녀석이 오늘은 엉엉 울었단다. 아마도 엄마와 떨어지는 한 시간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어제 엄마를 보내고 나서 몸소 깨달았나 보다. 일주일 정도 적응했다고 해도 여전히 낯선 공간에서 엄마와 헤어진 충격, 그래서 더 떨어지기 싫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맘이 쓰인다. 네 살 아이에게 좀 가혹하지 않나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품에 끼고 돌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는 앞으로 살면서 여러 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른들 눈에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이 한 시간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성벽처럼 와 닿을 것이다. 내년 유치원, 그다음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 넘어야 할 벽들이 만만찮다. 대학이나 사회는 두말할 것도 없다.

아이가 벽을 넘는 홀로서기 연습을 하듯 아비와 어미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내려놓을 준비. 돌아보니 아이들을 돌보면서 ‘조심’ ‘위험해’ ‘안 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도 사각지대는 있었다. 찰나의 순간 이리 쿵, 저리 쿵 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24시간 돌본다 한들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어린이집은 더하다. 혼자서 놀이터 등 가벼운 외출이 가능한 나이가 되면, 키가 자랄수록 부모의 영향권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물론 안심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혼자 일어설 공간을 서서히 내어줘야 한다. 이번 한 시간은 부모에게도 내려놓는 연습이자 품에서 떠나보내는 훈련이다. 아이들이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믿는, 믿음을 쌓아가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대학 입시 날 학교 문 앞에서 기도하는 학부모, 결혼식에서 눈물을 보이는 부모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조금씩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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