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에 올랐다.
서른 중후반의 아비와 여섯 살 난 아들이 함께였다.
오르는 길엔 잡초 무성한 무덤이 반기더니,
내리막에선 정갈한 무덤이 비켜 지났다.
잡풀과, 잘 다듬어진 풀로 위장에 성공한듯했지만
그 속에 있는 생명의 상실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정갈하다는 표현이
여기 아무개 씨 묘지에 과연 어울리기나 한 걸까.
만연하게 드러낸 비탈길의 나무뿌리에서 생명의 끈기를 봤고,
공중을 찌를 듯 뻗은 나뭇가지에서 생명의 오만함을 느낀 터라
이곳은 낯설기만 하다.
아무개 씨는 더 낯설었는지 모른다.
자기를 감싸는 푸릇한 생의 몸부림이, 지금도 어색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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