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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다. 당연한 소리를 당연하게 해서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롭다.

예를 들어 판사의 이력 등을 소개하면서 ‘원칙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판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이 ‘원칙론자’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유명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을 때 이런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원칙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판사는 법률에 따라 일관된 판단을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원칙론자가 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원칙론자의 반대말은 뭘까. 비원칙론자로 쓸 수 있겠지만, 맥락상 상황론자가 더 적합한 것 같다. 상황론자는 상황에 따라 원칙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판사가 상황론자가 되면 무척 곤란하다. 같은 법을 들이대도 이 사람일 땐 이렇게, 저 사람일 땐 저렇게 적용하면 법의 신뢰는 무너진다. 가끔 판사가 상황론자와 같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판결이 있다. 나의 기우이기를.

법 이야기를 꺼낸 김에 하나 더 말하자면 ‘전격’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장을 청구하거나 체포했을 때 주로 ‘전격 영장 청구’ ‘전격 압수수색’ ‘전격 체포’ 등이 쓰인다. 전격은 ‘번개같이 급작스럽게 들이침. 강한 전류를 갑자기 몸에 느꼈을 때의 충격’ 등의 의미다. 압수 수색이나 체포는 영장을 발부받아 갑자기 들이치는 측면이 있고, 받는 사람 처지에서는 엄청난 충격으로 와 닿기 때문에 두 의미 모두가 적용될 수 있다. 체포는 긴급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긴급 체포’라고 하면 법률 용어와의 혼동이 생긴다. 형사소송법에서 긴급 체포는 ‘현행범인 아닌 피의자에 대해 사전영장을 받아 체포할 수 없는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그를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을 말한다. 사후 영장이다. 그러므로 사전영장을 받아 체포하는 경우에 ‘긴급 체포’라고 쓰면 법을 좀 따지는 사람들은 시비를 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럴 땐 '긴급 체포' 대신 ‘전격 체포’로 쓰는 게 맞다.

출산율을 다루는 기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제목이 ‘뚝 그친 아기 울음소리’다. 매년 똑같은 제목이 나오는 걸 보면 출산율이 심각하긴 심각한가 보다. 애 낳으면 가족 말고는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출산을 주저할 수밖에 없지 않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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