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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초짜가 책을 내는 방법 - 1

*얼마 전 책을 냈습니다. 출판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면서 ‘책은 이렇게 내는 것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짜가 책을 내는 하나의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출판으로 인해 한동안 쉬었던 블로그도 이참에 다시 시작합니다.

#서두에서 ‘하나의 방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책을 내는 루트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1.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원고를 작성해서 출판사에 투고, 원고가 채택돼 계약하고 출판을 진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모범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죠.

2. 유명인이나 파워 블로거 등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명성만으로도 기본적인 판매 수익이 보장되죠.

3. 자비 출판이라고 하죠. 자기 돈으로 책 제작비를 내서 출판합니다.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낼 수 있죠. 원고의 질은 별개지만요.

4. 기타는 형식 면에서 여러 가지입니다. 강의를 엮어서 내는 방법, 기자들이 자신의 연재 기획을 업그레이드해서 원고로 내는 방법, 인터뷰를 싣는 법, 자서전도 있고, 행사의 시작과 끝을 엮어서 자료 형태로 내는 방법 등등

그렇다면 저는 어떤 방법으로 책을 냈을까요. 네, 눈치채셨겠지만 1번의 방법으로 냈습니다. 맨땅에 제대로 머리를 박았죠. 또 그렇다면 왜 냈을까요. 출판의 동기가 있어야겠죠.

#출판의 동기

사실 누구나 느꼈을 법한 동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책 중에 내가 낸 책은 한 권도 없더라고요. 그게 불만이었습니다. 서점에 가면 항상 주인이 아닌 객이 돼야 했죠.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찰나, 어느 날 ‘책을 내야겠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밀려들었습니다. 저의 성격일 수도 있는데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타입입니다. 대학 때 홈페이지 제작에 한 번 꽂힌 적이 있는데 한 달간 홈페이지에만 몰두했습니다. HTML로 홈피를 제작하던 시절이었죠.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저는 한 달이 걸려 꾸역꾸역 홈피를 만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다음에 만들 땐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또다시 만들 땐 딱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 땐 어려웠지만, 고생을 하니 나름 체화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제대로 꽂혔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온몸을 휘감았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주제 정하기

사람마다 직업이나 전공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다르죠. 주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저는 소재를 주변에서 찾았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문, 에세이 분야에 가깝습니다. 직업과 전공과는 무관하게 골랐죠. 왠지 전공으로 주제를 정하면 아직 내공이 부족할 듯싶고 직업과 관련된 거로 정하자니 ‘일은 안 하고 책만 냈냐’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 같았습니다. 물론 주변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냥 제3의 주제를 정하고 싶었습니다. 직업에 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주제는 남들이 다루지 않은 영역을 선정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투고할 때 일단 출판사를 납득시켜야 하는데 익숙한 주제라면 차별화하기 어렵겠죠. 유명인이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름값만으로 차별화가 가능하겠지만 ‘초짜 책쓰기’를 하는 입장에선 쉽지 않죠.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작성한 뒤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우선 검토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원고 쓰는 일이 쉽지 않은데 실컷 써놓고 휴지통에 버리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저는 처음 기획했던 주제를 가지고 한 달 정도를 썼습니다. 그 주제도 사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쯤 지나서 몇몇 지인들에게 검토를 받았는데, 책으로 내도 잘 팔리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접었습니다. 다시 시작했습니다. 다시 고민했습니다. 다시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검토를 받았습니다. ‘괜찮은데?’라는 답변을 몇몇에게서 들었습니다.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 주제로는 책을 낼 수 있겠구나.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