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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초짜가 책을 내는 방법-2 <원고 작성 및 투고>

<원고 작성 및 투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70~80% 정도를 완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명인이나 유명 작가야 명성이나 기획안만으로도 서로 출판하려고 하겠지만, 초짜라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원고 퇴짜’가 기본이죠. 초짜 작가가 맞이해야할 숙명인 '당연한 퇴짜'를 맞지 않으려면 ‘내 책이 이 정도로 출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완성된 원고를 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고민이 들 겁니다. ‘원고를 열심히 썼는데 아무 출판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괜히 채택되지도 않을 원고 시간 낭비하는 거 아닐까?’

 

저도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면 내가 열심히 쓴 원고는 무슨 가치가 있을까. 그런데 거기서 멈추면 평생 책을 내지 못하겠죠. 그럴 거 같았습니다. 고민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모험이고 도전의 영역입니다.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 고민보다 모험을 택한 거죠. 확률 높은 모험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출판사에서 채택될 법한 주제를 정하고, 나름의 완성도 높은 원고를 써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17년 7월 여름 휴가 때 원고를 구상했고, 휴가가 끝나는 날 기획안, 즉 목차를 작성했습니다. 원고를 쓰기 시작한 건 8월. 원고를 대략 80% 정도 써서 투고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게 10월. 그러니까 원고를 쓴 건 3달이 좀 안 된 것 같습니다. 빨리 쓴 편이죠. 질질 끌면 하염없이 늘어질 것만 같아서 빨리 끝내버렸습니다.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잠을 줄였고, 주말에 애들이랑 열심히 놀고 나서 아이들이 잠든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뭔가 목표가 생기니 훨씬 생활에 활력이 붙었습니다. 일의 능률도 오르고 말이죠. 정말 미친 듯이 신나게 썼던 3개월이었던 거 같습니다.

 

투고할 원고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반응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총알은 마련한 셈이니까요. ‘원고를 누가 받아줄까’라는 고민만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투고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투고할 만한 출판사 몇 곳을 정했습니다. 몇 군데를 보내고 나서 반응을 보기로 했습니다. 반응이 오면 원고를 수정할 부분도 보일 테니까요. 투고와 원고 수정을 병행하는 방식이죠. 출판사마다 거절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소중한 원고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원고입니다. 다만 저희 출판사의 편집 방향과...’ 뭐 이런 식이죠. 그런데 어떤 출판사는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해 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기분은 좀 나쁠지 몰라도 거절 메시지를 형식적으로 보내주는 곳보다는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내 원고를 대강이라도 읽기는 읽었구나는 인상도 받고 말이죠.

 

저는 다행히 출판사에 몇 군데 보내지 않았는데 한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원고 주제가 흥미로웠던지 투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죠. 10월 말이었습니다. 곧장 계약했습니다. 계약 후 출판사의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하고 보완하고, 편집하고, 출판사의 출판 일정 등등을 거치며 책은 2018년 6월에 나왔습니다. 이 과정은 따로 포스팅 하도록 하죠.

 

초짜 작가치고는 결과가 좋았죠. 그런데 설사 원고가 채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는 아마 다른 주제로 도전했을 겁니다. 만약 채택되지 않았다면? 씁쓸했겠죠. 하지만 버리는 원고라 하더라도 수확은 있습니다. 호흡이 긴 글을 저는 처음 써 봤고 책 한권을 내려면 어느 정도의 글을 써야 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오더라고요. 책의 크기나 분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원고지 1000매면 넉넉하게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그보다 적으면 적은 대로 낼 수 있죠. 그런데 처음부터 적게 목표를 잡는 것보다 나중에 쳐낼 부분을 쳐내더라도 1000매를 목표로 잡고 시작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려면 투고가 70~80%의 원고를 작성해서 내면 되니까 대략 700~800매 정도는 원고를 작성해야 하죠. 저는 처음 투고할 때 원고 830매, A4 용지로는 10포인트를 93장 정도 됐던 거 같습니다.

 

책을 내고 싶은데 고민이 된다면. 일단 시작해 볼 것을 권합니다. 가급적 채택될 확률이 높도록 주제를 잘 정하고 말이죠. 고민하고 계시다면 일단 시작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