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원터치의 편리함보다 사각의 번거로움을 택

낭만브라더 2016. 6. 26. 21:31


어느 날 밤, 둘째 아이가 모기 테러를 당했다. 한 마리의 단독 범행인지 두 마리의 공동범행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주도면밀한 년놈(들)의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아이 얼굴에 다섯 방, 팔다리에 4방 정도. 옆에서 잤던 첫째 아이에겐 한 방의 경고만을 남겨 놓을 정도로 이놈(들)의 공격 목표는 분명했다.


사람은 미련한지라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미루고 미뤘던 모기장 구매를 허겁지겁 그제야 했다. 구매하면서 잠시 망설였다. 작년까지 쓰던 편리한 원터치 모기장이냐, 전통 사각 모기장이냐 고민이 들었다. 편리하기는 원터치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착 펼쳐졌다 쓱 접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펴 접을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위협적인 게 사실이었다. 자칫 손놀림을 방심하면 착 펼쳐지는 녀석이 내 얼굴을 때릴 것 같은 위협을 느낄 때가 많았다. 피스톨처럼 튕겨간 모기장이 아이들을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될 때도 있었다. 작년 낡은 원터치 모기장을 처분할 때쯤, 와이프와 난 이 모기장이 눈깔을 뽑을지도 모른단 이야길 한 적도 있다.


결국 편리함보단 안전을 택했다. 내 어릴 적 벽 이쪽저쪽에 끈을 걸면 설치되던 바로 그 사각 모기장이다. 적어도 네 군데 벽에 걸이를 달거나 못을 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미관상으로도 별로다. 네 군데를 돌아다니며 의자를 대든 까치발을 하든 끈을 걸어야 하는 수고도 해야 한다. 하지만 안정감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이 좋아한다. 원터치형은 모기장 안과 밖을 오가는 낭만이 떨어진다. 네 모서리의 살들이 팽팽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경계인이 내외부를 오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통 모기장은 주적인 모기의 출입은 분명히 차단하면서도 보호 대상인 사람이 오가는 덴 경계심을 낮춘다. 이건 마치 남북 경계선이 아닌 유럽 국경선과 같다. 슬, 쩍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또다시 슬쩍 하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애들이 신 났다. 당장 놀잇감이 하나 더 생겼다. 들어갔다, 나갔다 반복하다 신기한 성안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오늘 밤 그렇게 미소 띠며 잠을 청했다. 이럴 때 아비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인가.


나도 이 사각 모기장 안에서였다. 어릴 적, 무더운 여름날, 맘껏 뒹굴고, 포근함을 느꼈던 그 낭만 충만했던 그때 그 어린 시절, 이곳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