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올림픽을 보며 떠오른 단편적 생각들

낭만브라더 2016. 8. 15. 15:54


1. 운동에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 조건이 존재
=우사인 볼트가 육상 100m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는 이번 올림픽에서만 5개의 금메달 등 총 23개의 금메달을 땄다. 메달 수로만 보면 28개다. 미국 여자 사이클 ‘엄마 선수’인 크리스틴 암스트롱은 43살에 골반 수술까지 받았지만, 올림픽 3연패를 했다. 단순히 노력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펠프스나 암스트롱은 은퇴 선언 후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가 복귀한 경우다. 노력은 물론 당연히 중요하다. 최소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라면 치열한 국내 예선을 뚫고 모두가 100% 이상의 노력으로 올림픽행을 거머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설명되는 건 아니다. 특히 육상이나 수영처럼 일부 종목에선 그렇다. 슈스케에서 이승철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노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더 중요하다.". 슈스케 참가자들이 선곡에서부터 승패가 갈리듯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2. 멘탈 갑
=금·은 색깔을 결정하는 결승전은 사실상 지구력과 멘탈 싸움이다. 결승에 올라온 것으로 이미 실력은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여러 경기를 치르며 체력은 누구나 바닥을 보일 법한 상태. 끝까지 버티는 선수, 멘탈이 강한 선수가 골드를 차지한다. 펜싱 에페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정신은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상징이 됐다. 박상영이 보여준 멘탈 갑이 단시간의 멘탈 갑의 표본이라면, 사격의 진종오는 끊임없는 노력과 집중력으로 3연패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장기 멘탈 갑으로 꼽을 만하다. 사격은 선천성보다 후천성이 큰 경기로 보인다. 두 선수의 장·단기 멘탈 관리를 배워야 한다.

 

3. 과정은 중요. 결과는 더 중요
=박상영 선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14대 10에서 패했다면 박상영이 결승 중간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다’고 되뇌는 장면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 수많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고 되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가 좋은 선수들만 결국 그 장면이 부각된다. 올림픽축구팀이 멕시코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 KBS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대강 이런 맥락이었다. "과정도 중요합니다.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은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좋을 수 있습니다."

 

4. 인상적인 해설을 통해 본 올림픽 정신
=이영표 이야길 다시 해야겠다. 축구대표팀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나도 분노했다. 온두라스 선수들의 침대 축구, 고의 시간 끌기.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거기 대고 웬만한 해설자 같으면 함께 분노했을 테지만 이영표의 해설을 듣고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안타깝지만, 기량이 떨어진 팀이 할 수 있는 전술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온두라스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발끈해, 빌미를 제공한 우리 선수들이 결국 전술·전략적으로 패배한 것이다. 심판이 시간을 덜 줬든 상대의 매너 없는 플레이가 있었든 우리의 패배다. 온두라스 팀의 플레이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방송 해설이나 나의 관람 태도 역시 대체로 우리 선수 중심으로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올림픽 정신이라 말할 수 있을까.

 

5. 시스템
=한국 여자 양궁이 개인전에서 8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시스템 효과다. 개념 협회로 불리는 대한양궁협회의 선수 관리 방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철저히 점수제에 의해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하고, 후원 기업에선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룰이 바뀌면 바로 국내 대회에도 그 룰을 바로 적용한다. 양궁은 특성상 유도와 달리 의외적 요소가 가장 적은 스포츠로 보인다. 바람과 날씨의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그건 선수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두꺼운 선수층과 체계적 훈련이 결합하면 꺾기 힘들다. 앞으로 몇 번은 더 종주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도를 잠깐 다시 언급하자면 관람자의 입장에선 의외성이 가장 크다. 유도의 한판은 우리 편이 이길 땐 시원하지만 질 땐 가장 허탈하다. 일본이 종주국이지만 사실상 일본의 영역을 일찌감치 벗어나 버린 건 그런 의외성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6. 설욕전이 쉽지 않은 이유
=지난 올림픽에서 안타깝게 은메달, 동메달에 그친 선수들이 금메달 탈환을 위해 벼르고 출전했다. 하지만 설욕전 결과가 현재로선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난 대회보다 성적이 더 떨어진 선수들이 많다. 이번에는 반드시 따야 한다는,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일까, 하나의 실수라도 하면 금메달을 놓칠 거라는 압박 때문일까. 4년이 지나 신체적 기량이 뛰어난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더 등장했기 때문일까. 안타깝게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이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지만 4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미련이 남지 않도록 딸 수 있을 때 따야 한다.

 

7. 편파판정 논란
=아무리 논란이 일어도 ‘편파판정’으로 판정 난 사례를 보지 못했다. 또 하나는 우리 선수가 이긴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라고 떠드는 경우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편파판정이라고 떠드는 상대 나라를 욕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