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오픈 연결고리 사회

낭만브라더 2016. 8. 16. 07:34

 

다시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봤다. 이제야 사진이 삭제돼 있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예상대로였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자녀들과 밝게 웃는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남이 부러워하는 직업, 그 회사에서도 잘 나가던 그였다. 그가 걸어온 길만 봐도 탄탄대로가 보장돼 있다는 예상은 누구나 가능했다.
그날의 치명적 실수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수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치명적 사건, 치명적 일탈, 치명적 범법…. 뒤에 어떤 말을 붙여야 할지 단어 선택이 쉽지 않다. 명사가 뭐든 간에 그의 모든 것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였으니, 치명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의 명예도 회사의 명예도 땅에 추락했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 나와 있는 가족들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 클 것이다.

 

그와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식사 자리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명함을 건네고 대화를 나눈 정도. 그래도 아는 사람이기에, 세상에 그 사건이 알려졌을 때 나는 당장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찾아봤다. 역시나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 담겨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있었을 텐데 왜 바로 지우지 않았을까. 경황이 없었을 터. 너무나 치명적이었기에 수습되지도 않을 사태를 보면서도 혹시나 대책이 있지 않을까 궁리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선택을 하지 않았으리라 골백번은 더 자신에게 말했을 것이다. 악몽이었으면, 꿈으로 그쳤으면 싶었을 것이다.
가정의 단란함을 자랑하는 프로필 사진이, 누군가에 감춰야 할 사진으로 전락하는 건 하루 저녁이다. 별로 친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그의 신상의 한 단면을 보는 건 순간이면 가능하다.

 

개인 신상이 너무 많이 공개돼 있고, 촘촘히 연결된 ‘오픈 연결고리’ 사회. 이곳에서는 한 사람의 망신이 그 사람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그 사건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연결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가족의 고통은 어찌해야 할까.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지만, 그가 뒤늦게라도 프로필 사진을 삭제한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괜스레 그와 가까운 연결고리들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