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게 되면 집중하게 되면
아침부터 나를 패닉에 빠뜨린 코레일 팝업창
첫 경험이었다.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긴장한 탓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금세 소변이 나올 것만 같았다. 군대에서 훈련받던 시절 사격 실사격을 앞두고서다. 사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원하는 병과를 가려면 사격 점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점수 비중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이걸 놓치면 끝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몰려왔다. 소변이 내 맘대로 제어가 안 된다는 걸 느낀 첫 경험.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까짓거 좀 못 쏘면 어때’라고 맘을 고쳐먹은 뒤에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난 내가 원하는 병과를 갔다.
오늘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6시 정각 중요한 일정을 잡아놓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 일을 좀 보다가 6시 10분 전에도 그 일정을 생각했다. 얼마 안 남았구나. 다른 일을 건드린 게 화근이었다. 거기에 집중하다 6시 일정을 깜빡했다. 아차 싶어 시계를 보니 6시 20분쯤 돼 있었다. 그제야 부랴부랴 코레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추석 열차표 예매에 들어가니 대기인수만 4만 명이 훨씬 넘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3만 명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창을 닫았다. 이번 추석 열차표 예매도 험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내 집중력이 이렇게 높았나 싶기도 했다. 나쁜 건가 좋은 건가. 결론이 좋지 못하니 이번 경우엔 나쁜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긴장이든 집중이든 ‘지나침’은 좋을 게 없구나. 그런데 열차표 예매에 실패하면서 10년도 더 된 군대 훈련받던 시절 사격이 갑자기 떠오른 건 왜일까.
이 글의 제목이 묘하다. 그래 난 안치환의 ‘사랑하게 되면’을 좋아한다. 아침부터 글이 허우적대는 걸 보면 추석 열차표 예매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