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미리 쓰는 새해 다짐

낭만브라더 2016. 12. 15. 17:24


매년 하는 다짐이지만, 다짐의 기준이나 내용은 조금씩 달라진다. 1년간 단순히 밥그릇만 추가된 게 아니라 철이 조금이라도 들었기 때문이겠지. 여러 개인사와 세상사를 접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철이 들었다고 해서 다짐이 꼭 거창해지거나 거대 담론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번엔 오히려 반대다. 지난해엔 뭔가 큰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하다. 2017년 기준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와 남편이 되자’ 

주변에서, 또 세간에서 사회적 성공을 이뤘다는 양반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올해 유난히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의 명예나 권력이 적당한 위치에 있었다면 차마 알지 못했을, 정점에 치달았던 그들이 추락하는 충격과 속도가 어마어마함을 직간접적으로 느꼈다. 세상을 향해 거대 담론을 외치기 전,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떳떳한 아비와 배우자로 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는 한 해였다. 나이가 들고,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조금씩 확장할수록 겸손과 수신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떳떳한 아빠와 남편이 돼야겠다. 소박한 실천 리스트


=살. 우선 살을 3~4킬로 정도 빼야겠다. 몸이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놀 때도 예전보다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멋지고 힘차게 놀기 위해서라도 좀 빼자.

=배려. 마감에 쫓기는 생활을 해서인지 순간적으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3초를 참자. 특히 가까운 가족에게는 더 주의해야 한다. 너그러운 아빠와 남편이 되자. 육아로 지친 아내에게 좀 더 자유 시간을, 한마디라도 더 따뜻한 말을. 아이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기.

=신앙. 일터가 흙탕물인지 내가 흙탕물인지 구별이 안 되는 상황과 환경에 처해 있음을 느낀다. 비관적 낙관론을 적용,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내가 돼야겠다. 신앙이 추상적인 게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점을 고려하면 '하나님 앞에서'라는 선언 역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가족 앞에서'라는 2017년 세운 기준이 그 출발이 된다.

=글. 최근 한 2주 정도 글을 놓고 있었더니 글 안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걸 느꼈다. 한창 쓸 때는 하루라도 건너뛰면 이상했는데 말이다. 긴장해야 한다. 아내가 내 글 쓰는 모습이 보기 좋단다. 이 글을 계기로 다시 열심히 쓸 계획이다. 블로그든 연습장이든 상관 없이. 새해에는 무슨 주제든 책 한 권은 낼 작정이다.


일단 이 정도로 시작하자. 지내다 보면 또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내년엔 국가적으로도 많은 일이 계획돼 있다. 그 말은 곧 내 일도 많다는 뜻. 바쁠 때일수록 더욱 너그러움을 갖자. 보름 미리 쓰는 새해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