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시사스러운

민경욱 표절 시비의 본질

낭만브라더 2015. 12. 25. 22:14


ⓒ 뉴시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의 20대 총선 출마 선언문 표절 논란이 한창이다. 민 전 대변인이 지난 15일 블로그에 올린 ‘제20대 총선 출마선언문’의 몇몇 대목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올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과 비슷하다는 이유다.


민경욱 / 유승민 

"나는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 /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제가 꿈꾸는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민 전 대변인은 선언문을 작성한 보좌진의 실수라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보인다. 언론 인터뷰에서 민 전 대변인은 "유 의원의 연설문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고 말했다.(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1225_0010499305&cID=10301&pID=10300)


 #이 연설문이 처음 나온 것은 유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인 4월이다. 표절 시비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이 구절이 부각됐지만, 실제 당시 연설의 핵심은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었다. 유 의원은 당시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시했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사과까지 했다. 유 의원의 이 연설로 청와대는 불편했고, 야당은 환영했다.


#그 때 ‘불편한 청와대’의 대변인이 누구였나. 민경욱이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유 의원의 연설에 대해 "별도의 논평은 삼가겠다"고 했었다. 민 대변인은 논평을 삼가한다고 해서 청와대가 "불편의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도 했다. 청와대에 대놓고 반기를 든 이 연설문이 결국 3달 뒤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 특유의 ‘배신 정치 응징’ 기조와 유 의원의 ‘고집스런 소신’이 만나니 한 번 벌어진 간극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때 민경욱은 청와대, 즉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유 의원의 연설문을 민경욱이 ‘실수’로 참고했고, 표절 시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때도 언급됐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유명 구절을 민 전 대변인이 모를 리 없다. 몰랐다면 정말 생각이 없거나 대변인 역할을 제대로 안 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별도의 논평은 삼가겠다"고 말한 그때의 멘트가 불편한 청와대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연설문 내용도 제대로 모르고 ‘윗선’에서 그렇게 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는 말인가.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의 연설문을 참고할 수 있다.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인 성격상 출마선언문에 실제 엇비슷한 글도 많다. 엄청난 창작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참고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이번 표절 논란은 이 선언문이 나오게 된 시기와 배경을 보면 분명 이 선을 넘은 것이다. 정치 그렇게 쉽게 할 생각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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