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강동원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알게 되는 영화 <검사 외전>

낭만브라더 2016. 3. 12. 06:40

이런 말도 안 되는 영화가 천만 가까운 관객을 기록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영화는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이 있을 수 있고, 현실에 기반을 두되 재구성이 얼마든 가능하다. 법정 영화라 해서 로스쿨생들이 실습하는 모의재판 식으로 사실에만 근거한다면 누가 보러 오겠나. 그래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정도가 있는 법이다.

 

영화 <검사외전> 중에서

 

법정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재판 씬에선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연출됐고, 악당이 너무 쉽게 함정 같지도 않은 함정에 걸려들었다. 일관성이 파괴된 구성들, 캐릭터가 가진 직업의 정체성과도 전혀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장면들

 

◇말도 안 되는 장면들
-우선 이 영화는 법정 영화의 기반을 붕괴시켜버렸다. 수감복을 입은 피고인이 직접 증인을 신문하는 모습은 법률적 지식이 있든 없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황정민이 누명을 벗을 것이라는 결말을 당연히 예상했겠지만, 그래도 징역을 살고 있는 피고인이 수감복을 입고 국회의원 후보인 양복 입은 악당을 신문하는 모습이라니.

-악당이 함정에 걸려드는 모습은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그렇게 쉽게 함정에 빠지는 악당이 이런 엄청난 음모를 계획했다고?

 

◇상식을 벗어난 장면들
-거대 조폭 조직이 쉽게 찾지 못하는 '거리를 활보하는' 강동원을 교도소에 있는 황정민의 신세를 진 몇 명이 단방에 찾아낸다고?
-남의 유죄를 뚝딱 무죄로 만들어줄 만한 법적 조언 능력을 가진 황정민이 왜 자신의 '혐의 시인'이 징역 15년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가능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을까?
-정치인 비자금 내역이 담긴 회계장부를 말단 급으로 보이는 대학생이 관리한다고?

 

◇직업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억지 장면들
-정치인은 뻔뻔하다. 아무리 비위 상하는 말을 들어도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럭 화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사지 멀쩡한 정치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지역구를 물려주지 않는다. 욕심이 얼마나 많은데.
-판사가 낯선 사람과 금방 어울릴 정도로 그다지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별로 없다.
-검사가 낯선 사람을 자신의 사무실에 오라고 하면서 아무런 배경 조사 없이 부르지 않는다. 소속 지청과 검사 이름까지 말했는데 사기꾼인 줄 몰랐다?

 

아무리 킬링 타임으로 보는 영화도 법을 근거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한방'을 기대하게 된다. 한방이 영화 '변호인'이나 '소수 의견'처럼 공권력에 대항하는 법을 보여주든, '성난 변호사'처럼 변호사 윤리를 소재로 하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일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부러진 화살'이나 '남영동 1985'와 같이 메시지가 있는 실화를 소재로 하면 그 자체로 한방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드라마 '펀치'에서처럼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법의 민낯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더라도 논리적 개연성이라도 갖춰야 한다. 이에 비춰봤을 때 '검사 외전'은 악당에 대한 응징을 위해 단지 법이라는 소재만 끌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베테랑'처럼 굳이 법을 끌어오지 말고 시원하게 악당을 조지는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1000만 가까운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나는 찾고 찾고 또 찾아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그 요소를 강동원의 '뭐라뭐라 이것저것 ????'에서 찾는 사람이 몇명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선 강동원이 대단한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무너지는 영화를 일으켜 세웠으니.

 

2016/03/11 - [세상사/책책책] - 인터넷생태계에 대한 9가지 질문 / 2016 대한민국 재테크 트렌드 /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