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카카오택시가 주는 허전함

낭만브라더 2016. 4. 11. 13:02

스마트시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기억에서 잊히고 사라져 간다. 이전과 달라지는 모습을 삶 속의 작은 단면이라도 짧게나마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대에 내 아들 딸에겐 사라진 것들의 존재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이 아비가 살았던 시대에는 그런 일들이 있었다 정도는 알려야겠기에. 

 

서두가 거창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오늘 남기는 이야기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아침마다 차를 안 가져갈 땐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한때 ‘00콜’을 이용했던 사람으로서 그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클릭 몇 번에 호출이 끝나고,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안심 카톡을 보낼 수 있고, 혹시나 택시에 물건을 두고 왔다 해도 입력된 기사 전화번호로 연락도 가능한 안전함을 갖췄다.

 

오늘 택시를 타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더니, 기사분이 본인도 카카오택시 사용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도착지를 미리 알려주니 손님한테 목적지 물을 필요도 없다는 이야길 하면서 "근데 뭔가 허전하네요."라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땐 굳이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다. 목적지는 이미 클릭으로 호출할 때 다 공유된다.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한다.

 

허전함....

 

물론 나도 택시 기사와의 대화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다. 택시에선 가급적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한다. 기사님이 건넨 이야기에 겨우 호응할 정도는 되지만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은 아니다. 휴식에 방해된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차를 탄 사람끼리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된 것은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한 영역들이 야금야금 스마트 기기에 자리를 내주는 것 같다. 인간미와 낭만의 자리가 점차 줄어든다. "뭔가 허전하다"고 말하는 세대는 허전함이 뭔지라도 알지, ‘인간 대 인간’의 대면이 줄어들고 갈수록 클릭으로 대체되는 세상을 사는 내 아들 세대는 이런 걸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언젠가 당연한 걸 허전하다고 말해서 꼰대 취급받기 전에 미리 이렇게 한 줄이라도 아쉬움을 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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