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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이완구 유죄 선고가 두드러지는 이유

무죄라고 항변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최종판단까지는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1심 법관도 최종심 대법관 마음을 가지고 재판하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번 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부 역시 사안의 중대함을 잘 알고 엄격하게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재판부는 메모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전 마지막 전화 통화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가 선거운동을 할 때 선거사무소에서 돈 3000만 원을 건넨 시기의 여러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이 금품수수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KTV, 2015년 3월 12일 대국민담화서 부패와의 전쟁 선포하는 이완구 총리


이 전 총리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것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지난해 3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사정 국면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이 전 총리가 10개월 만에 자신이 척결 대상으로 지목한 바로 그 위치에 섰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눈덩이와 같다. 오래 굴리면 굴릴수록 커진다"고 말했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명언이 떠오른다. 한 번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이 전 총리가 딱 그랬다. 한때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던 이 전 총리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전에 실체가 일찌감치 드러났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상깊었던 주요 장면들


2015년 3월 12일,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

"최근 드러나고 있는 여러 분야의 비리는 부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


3월 18일 검찰, ‘자원외교 비리’ 관련 경남기업 압수수색, 

4월 9일 성 전 회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잠적…숨진 채 발견

4월 10일 경향신문, 성 전 회장 전화 인터뷰 내용 보도, 성 전 회장 주머니에서 이완구 등 이름 적힌 메모지 발견


4월 13일, 성 전 회장과의 친분을 묻는 말에 이 전 총리 

"2007, 2008년은 2년 동안 상당히 험한 관계, 이후 2013년 선진당과 합당해 국회의원 작년까지 했던 것" 

하지만 2013년 8월~2015년 3월까지 성 전 회장과 23차례 만남 확인


4월 초 이완구 

"성 전 회장과 개인적 친분은 없었고 같은 당 의원으로서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당시 1년간 성 전 회장 통화내역 분석 결과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64회,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153회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나


4월 27일 이완구, 총리직 사임


이후 재판에서 이완구 

"나는 결백하다",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1심 법원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 수수 인정


ⓒ세계일보, 2016년 1월 29일 유죄를 선고받고 나오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거짓말은 일상에서도 당연히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신뢰가 생명인 위정자들은 더 경계해야 한다. 위정자들의 말 한마디, 입법, 정책 결정 하나하나에 시민들은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되는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불행을 넘어 위태로운 일이다.


그나저나 성 전 회장의 메모엔 8명이 적혀 있었는데 기소된 것은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뿐. 나머지 6명은... 의문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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