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내 없이 나들이 하는 이유
한 주간 여섯 살, 네 살 아이들의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시간이 필요하다. 일하느라 주중에 제대로 시간을 갖지 못했던 아빠와 아이들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1. 사전준비
아이들에게 교육을 확실히 한다. 엄마가 없기 때문에 아빠 말을 특히 잘 들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둔다. 아이들도 외출에 대한 기대감에 쉽게 수긍한다.
2. 장소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특화된 공간을 찾는다. 어린이대공원, 서울대공원은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찾긴 하지만 그래도 갈 만하다. 전쟁기념관도 생각보다 괜찮다. 어린이박물관도 따로 마련돼 있고, 탱크·비행기·배 등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다. 장소는 꾸준히 찾고, 개발해야 한다.
토욜에 용산 두 녀석을 데리고 전쟁기념관을 다녀왔다.
3. 밥
엄마가 도시락을 싸 줘도 되지만, 가는 곳 식당을 이용해도 된다. 메뉴만 신경 쓰면 된다. 어제 토요일 애들 둘 데리고 나선 나들이에선 소고기 비빔밥과 짜장밥 두 개를 시켜서 나까지 세 명이 먹었다. 아이들에게 비벼서 주니 잘 먹는다. 기타 귤이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준비해 가서 틈날 때 먹는다. 물은 필수!
4. 인센티브
아빠랑 둘이 가는 나들이의 즐거움을 안겨 줘야 한다. 평소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다닐 때 잘 못 먹던 간식을 사 줬다. 빵빠레 하나와 맛동산 작은 걸 사서 셋이서 나눠 먹었다. 평소 맛볼 수 없었던 것에 아이스크림은 두세 입만 줘도 만족도가 최상이다.
'엄마 체제'에서 평소 맛보기 힘들었던 간식!
5. 소변
아이 둘 데리고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갑자기 ‘아빠 쉬’라고 하면 근처 화장실이 보이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런 급작스러운 사태에 대비해,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반 정도에 살짝 물어볼 필요가 있다. 아빠가 화장실에서 쉬 할 때 아이들은 자연스레 따라 하니 적절한 시간에 맞춰 화장실을 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정 급할 땐 야외에서 인적인 드문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대공원 같은 곳이 좋은 이유는 뛰어놀 곳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급변 사태에 대비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비해 여벌 옷 하나 정도를 미리 챙겨간다.
6. 뿌듯함
6~7시간의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금세 곯아떨어진다. 아내에겐 자유시간을, 아이들은 즐거운 외출과 낮잠이라는 풀 코스를 선사한 것 같아 그렇게 뿌듯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맛에 나들이한다.
2017/02/04 - [인생사/틈새 글쓰기] - '카드 결제 환영'과 '카드 결제 가능'의 어감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