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주제를 정하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 첫 문장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첫 문장만 잘 시작하면 문단 완성은 수월한 일이고, 글도 왠지 술술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느낌만 그런게 아니라 실제 그렇다. 도입부를 어떻게 쓰느냐는 그래서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5일 종합지를 쌓아 놓고 봤다. 이 속에는 얼마나 많은 정보와 글들이 담겨 있을까
문득 글을 나름 쓴다고 하는 언론사들의 논설위원이나 부장 등 데스크들은 칼럼의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궁금해졌다. 5일 종합지에 나온 칼럼 첫 문장을 비교해 봤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첫 문단의 두 문장 정도는 따 오려 했으나 저작권법에 걸릴 소지가 있어 눈물을 머금고 칼럼 제목에 링크를 거는 것으로 대신한다.ㅠㅜ)
경향신문 이중근 논설위원 / 야권 재편과 영국 노동당
국민일보 오종석 산업부장 / 경제 살리는 ‘덧셈 정치’ 하라
동아일보 정용관 정치부장 / 안철수의 마이웨이
문화일보 예진수 논설위원 / ‘사재혁 酒暴’의 反사회성
서울신문 이기철 국제부장 / 위안부 타결, 그 이후 과제는
세계일보 강호원 논설위원 / 가장의 웃음 무엇으로 되찾나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 ‘안철수’ 없는 ‘안철수 현상’으로 가야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 / 엄지발가락의 기적
한겨레 김종구 논설위원 / ‘위안부’에서 ‘세월호’를 읽다
한국일보 이계성 논설실장 / 대화의 문을 열었다지만
내부 필진이 작성한 칼럼에서 경향과, 조선, 동아는 야권을 주제로 했고, 서울과 한겨레는 위안부 타결 문제를 다뤘다. 국민과 세계는 새해 첫 시작과 함께 경제 관련 이슈를, 중앙과 문화는 별도 주제를 다뤘다.
첫 문장을 포함해 도입 문단이 가장 눈에 띄는 칼럼은 조선과 한겨레였다. 도입부를 읽는 것만으로도 전체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비유 등 표현도 주제와 잘 맞아떨어졌다. 도입부가 전체 내용의 흥미를 유발했던 칼럼은 세대 간 수저와 건배사 등을 실은 중앙이었다. 나머지 칼럼들은 전체 칼럼의 완성도는 별개로 하고, 도입부만 놓고 봤을 때는 대체로 발생한 현안을 나열하는 식이어서 썩 눈길이 가지 않았다. (경향은 내가 어제 올렸던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서평과 관련된 영국 노동당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도입부와는 상관없이 주의 깊게 보게 됐다)
쭉 비교해 놓고 보니, 사람의 첫인상처럼 글도 도입부가 중요하다.
2016/01/04 - [세상사/책책책] -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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