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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육아아아하

아비와 아들의 책장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면서 설레는 면도 있다. 나잇값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적당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선 그 자체로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세상에 부딪히면서 지혜가 쌓인다는 점에선 매년 새롭다.


얼마 전 SNS상에 아들과 매년 상반신 알몸 사진을 찍는 부자가 소개된 적이 있다. 아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신선하면서도, 해마다 그 사진이 쌓이면 추억일 뿐 아니라 세월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의 소중한 연결고리! 그렇다고 따라 할 생각은 없다. 알몸을 드러내기엔 뱃살도 좀 집어넣어야 하는데 쉽진 않다. 대안은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 책장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책장, 이제 몇 살 되지 않았는데 해마다 내용물이 바뀐다. 꽂히는 책들의 수준을 따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점점 높아진다. 신생아 때 초점 책으로 시작해, 무늬가 주를 이루다가 점점 글씨가 있는 책들이 꼽히고 있다. 내 책장도 마찬가지다. 수준은 비슷비슷하지만, 역사에 꽂히면 역사책이 많다가 문학이 대세를 이루다가 만화책이 눈에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책장들이 어느 순간이면 서로 수렴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아이의 책장에 점차 내가 보는 책들이 꽂히면서 아비 자식 책장을 구분하기 어려운 때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매년 추석 직전 이맘때쯤 한번 찍어보기로 했다. 내 아들이 자라면서 몸이 성장할 뿐 아니라 세상을 풍성하게 보는 시야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매년 어떤 책이 꽂힐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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