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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육아아아하

아이들은 분출할 때 아이답다

 

첫째 아이 유치원 방학을 맞아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가 있는 시골집에 내려갔다. 아내가 종종 보내오는 사진 속엔 아이들의 넉넉한 모습이 담겨 있다. 넓은 화장실 욕조에 물을 받아 풍덩 몸을 담그기도 하고, 마당에 물을 틀어놓고 맘껏 몸을 적신다. 정말 신 났을 때 짓는 활짝 웃는 얼굴. 아이들은 역시 분출할 때 아이답다.


새삼 서울에 있으면서 무의식중에 얼마나 많이 "안 돼", "조심", "살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약간의 입버릇처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던 말들. 신이 나 쿵쿵 걷는 아이에게 아파트 층간 소음 걱정에 살살 걸으라 했고, 의자에 올라간 아이가 으레 주의할 텐데도 걱정돼 조심하라 했다. 화장실과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놓고 맘껏 장난치고 싶은 아이에게 안 된다고 제지한 것도 여러 번이다.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뿐 아니라 만지고 밟을 수 있는 자연도 필요하다. 땅을 밟으며 흙을 만지며 놀아야 한다. 여름 무더위에는 물을 뿌리기도 하고, 풍덩 빠지기도 해야 한다.


아파트 콘크리트는 그래서 아이 정서에 맞지 않다. 인공의 장난감은 한계가 보인다. 물을 맘껏 뿌릴 마당이 없다는 건 비극이다. 그럼에도 현실적 여건상 서울서 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방학만이라도 아이들에게 분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 자연을 선물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아이가 좀 더 크더라도 방학만큼은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 것보다 휴식을 줄 생각이다. 그렇게 하려고 다짐해 본다.


결코 아이들을 처가에 보내놓고 나 한 몸 좀 쉬어보잔 생각은 아니다. 그건 단지 10% 정도? 20? 30까진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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