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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홈CCTV와 아이들 인권


출근길 라디오에서, 애견이 혼자 있을 때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관찰 카메라(홈 CCTV)를 설치했다는 사연을 들었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개는 먹고 싸고, 자고 노는 거 외에 별달리 하는 게 없더라는 그런 내용.


홈 CCTV가 언제부터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왔나 싶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 <방과 후>를 발표했을 때, 당시에도 CCTV가 상용화됐다면 이 소설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엔 거리와 골목 곳곳에 설치된 CCTV에도 모자라 어느덧 우리 집 방 안까지 CCTV가 진격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누구 하나 재워놓고 다른 한 명을 데리고 짧게 외출할 때가 있다. 가까이는 동네 마트에서부터 아이 놀이터까지. 그럴 때 잠이 든 아이가 깼는지 확인하고 재빨리 달려가려면 홈 CCTV가 필요하겠더라. 두 녀석 모두 재워놓고, 집 앞 치킨집에서 짧게 부부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도 필수다. 그래서 아이들이 4살, 2살 때 집에 홈 CCTV를 들여놓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안전 문제 등의 용도를 고려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치더라도, 과연 몇 살 때까지냐의 문제에 봉착하면 고민이 깊어진다. CCTV의 인권침해 문제에 아이들도 예외일 수 없다. 사실 애견 관찰 카메라용 CCTV는 큰 상관이 없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혹시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애초 개는 인권(人權)이 없다. 개는 CCTV 인격권 침해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유로울 개의 권리(견권犬權?)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이라면, 애초 홈 CCTV를 설치하지도 않겠지.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격권 침해 연령은 몇 살부터일까. 신년 떡국을 먹고 어느덧 아이들이 6살, 4살이 됐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몇 년 정도 모른 척하면서 홈 CCTV를 돌릴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어느 선까지인지 고민은 마치 몇 년 전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던 ‘남자아이 여성 목욕탕 출입 제한 연령’ 논쟁을 연상시킨다. 2014년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목욕실 및 탈의실은 만 5세 이상 남녀를 함께 입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고 이를 놓고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5살이 뭘 아느냐는 의견으로 맞선 적이 있다.


홈 CCTV도 그렇지 않을까. ‘아이들이 무슨 인권이냐’ 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다. 태어나서 엄마 아빠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그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내 나름의 해법은 이렇다. 홈 CCTV가 몰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첫째가 여섯 살이 됐으니 상세히 설명해줄 것이다. CCTV의 존재에 대해서. 설치한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불가피할 때까지만 사용한다. 아이가 엄마 아빠가 없을 때 혼자서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사용을 중지할 생각이다. 아이와 조만간 이 문제를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