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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날 때 남기는 유서

미리 쓰는 유서 2 - 열정과 평상심에 대하여

열정의 또 다른 이름은 정열이다. 열정은 발산이고, 그 결과는 땀이다. 열정은 뜨거움에서 시작되고, 그것이 식으면 평상심으로 돌아간다. 평상심은 현상 유지에는 도움될지 모르지만 한 단계를 도약하는 데에는 솟구치는 열정이 필요하다.


(유서를 미리 쓰는 이유 - 2016/12/19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미리 쓰는 유서 1)


하지만 평상심을 버려선 안 된다. 열정을 위한 전제조건은 평상심이다. 평상심은 열정의 기반이다. 늘 뜨거운 상태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 타버리면 정작 불을 뿜어야 할 때, 잿가루만 날리고 퍼져버린다. 연이 바람을 타고 날 때는 열정을 불태우는 순간이지만 그 연을 만드는 시간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댓가지를 종이에 붙여야 하고, 실을 매야 한다. 머릿살, 허릿살이 탄력 있어야 하고, 가운데 방구멍이 너무 크거나 작아서도 안 된다. 얼렁뚱땅 만들면 연 날림과 동시에 바람 한 번 타지 못하고 추락해버릴 수 있으니, 신중함이 필요하다. 바람 부는 날에 연을 날리고, 잠잠한 날엔 열심히 연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열정이다. 살면서 몇 번의 고비가 있을 것이다. 시험도 만나게 된다. 머리를 싸맬 고민에 괴로운 날도 있을 것이다. 입시, 취업, 결혼, 출산 등 온갖 변화를 만나게 된다. 너희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할지 아빠가 아직 짐작하긴 어렵고, 해법 역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일 것이다. 여기서 열정을 말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열정은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란다. 인간이 가진 보편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특수성이다. 열정은 보편성의 추동력이 될 뿐 아니라 특수성을 부각하는 힘이 된다.


열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의지, 결단이 필요하다. ‘한 번 불태워보겠다’는 의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결단이 필요하다. 머리로만 해서는 안 된다. 결정했다면 몸이 속도감 있게 따라가야 한다. 그 결정이 하루 이틀의 열정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그것에 맞게 밤도 새보고, 몸을 던져보길, 또 1년 혹은 수년이 필요한 일이라면 거기에 맞게 전략을 짜서 투자하길. 전략은 열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뼈대란다.


마음이 따라오지 않을 때 몸을 먼저 내던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란다. 머리에 생각이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을 때, 가슴이 터지도록 뛰어보면 생각이 말끔히 정리되는 경우가 있다.


열정과 평상심의 조화는 인터벌 달리기와 같다. 100m는 죽도록 뛰어보고, 200m는 아주 천천히 달리고, 또다시 반복, 또 반복하면서 호흡을 정리하는 달리기 방법. 도전이 필요할 때, 고난이 닥쳐올 때 죽도록 뛰어보고 나머진 천천히 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면 근육이 생긴다. 


아빤 이것을 ‘마음근육’이라 부른단다. 힘줄과 살에 탄력이 붙는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마음 역시 단련이 된단다. 처음엔 어렵지만 마음근육을 키우게 되면 웬만한 고난에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가는 힘이 생긴단다. 피하고 싶은 순간, 절망에 빠진 순간, 되돌리고 싶은 순간,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순간 이 마음근육이 작동하고, 그것을 이겨낼 때 더 튼튼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 믿는단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다음에 남기도록 할게. 너희들이 외갓집에 내려간 지 벌써 일주일이구나. 모레 너희들을 볼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