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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배웠다는 양반들이

 배웠다는 양반들이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산다. 종교에서는 절대적 기준에 비춰 인간의 연약함을 강조한다.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속성,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속성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런 면으로만 보자면 종교계에서 인간에 대해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인간계는 좀 다르다. 어떤 수준에 오른 인간들에게 거는 나름의 기대, 기준치가 있다. ‘배웠다는 양반’들에게 하나라도 더 기대하는 것은 남보다 하나 더 배우는 과정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이라도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배웠다는 양반’들이 상식을 벗어나 범법행위를 했을 때 우리가 더 크게 실망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기대감이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배웠다는 양반’들이 더하다는 걸 보여 주는 검찰발 기사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첫째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위반)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불구속 기소한 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나 치마 속 등을 20차례에 걸쳐 촬영한 혐의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이름이 복잡해서 그렇지 판사와 비슷한 직위다. 법을 다루는 직업이다. 법을 배웠다는 양반이... 


 또 한 건은 ‘표지갈이’ 교수 179명 기소 건. 표지갈이? 뭐지? 내용을 보고 이게 교수 사회에서 가능한 현실인지 두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남이 쓴 책을 자신이 쓴 것처럼 내용은 그대로 두고 표지만 바꿔 전공서적을 낸 대학교수 179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한다. 와! 대단하다. 머리가 참 비상하다. 비상한 머리에서 나오는 알량한 지식을 학생들이 참 잘 배웠겠구나 싶다.


  ‘배웠다는 양반’들이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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