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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정치를 보면서 무력감이 드는 하루

무력감이 밀려오는 하루였다. 아무리 지적하고 비판해도 뭐 하나 바뀌는 것이 없었다.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변화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 즉 비관적 낙관론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비관론이 깊이 자리했다.


여야의 정치 철학 부재를 지적('정치 철학의 부재가 낳은 참사')하고, 이에 따른 신인 영입 경쟁의 한계를 비판('여야 영입 경쟁 시작부터 이러면 더 볼 게 있을까')하는 글을 썼지만 정치권의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 철학을 어떻게 단시간에 정립할 수 있겠나’ 하는 변명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여야 지도부의 면면을 볼 때 변명이라도 하면 양반이겠구나 싶다. 선거구 획정('비상사태는 1월 1일 0시부터일까') 문제는 또 어떤가.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 국회에선 감감무소식이다.


바로 전날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언제쯤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소통이 될까요’라고 지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13일 ‘각본대로’ 기자회견을 한다는 비판이 SNS에 떠돌았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그 시간에. 각본이 노출돼 어떤 매체 어떤 기자가 다음에 무슨 질문을 하는지 질문 순서와 내용이 정리된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돌았다. 단속이라도 잘하든지. 기자회견장은 진지했지만, 바깥에선 냉소가 흘렀다.


그러던 차에 ‘글쟁이’ 고종석의 선집 마지막 5권이 출간됐다는 기사가 떴다. 무력감을 달래고자 짬을 내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마지막 5권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정치의 무늬'를 구매했다. 


곁에 두고 길게 볼 책이라 후기는 꽤 시간이 지난 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절필을 선언한 고종석. 그 반열에 끼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이지만, 그가 느꼈을 무력감이 뭔지 대강은 알 것 같다.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글쟁이로 남아서 좀 더 세련된 글로, 아픈 곳을 콕콕 찍어줄 수 있었을 텐데. 세상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지향점은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은 바뀌지 않겠지만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언젠간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비관적 낙관론을 또다시 가져본다.

간만에 고종석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추슬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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