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이가 고열로 앓는 통에 온 가족이 거기 매달리느라 아무런 식사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계란후라이라도 먹잔 생각에 기름을 두르다가 결국 계란에 간장을 두른 간장계란 볶음밥이 탄생했다.
백수 시절 기약 없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돈이 떨어질 때면 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었다. 문득 그 기억이 났다. 지금 볶음밥은 호강스럽게도 계란도 있고, 밥도 콩밥에 정성이 들어갔지만 그 시절엔 정말 흰밥에 간장이 전부였다. 집에서 보내준 참기름이라도 몇 방울 남아 있다면 그때는 진수성찬. 그렇게 한 끼를 때웠다. 정말 생존의 밥이었다. 먹지 않으면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으니. 맛도 멋도 포기한 채 오직 주린 배를 채우는 목적이었다.
그 생각이 났던 건 아마도 얼마 전 KBS 스페셜 청년의 방(지하, 옥탑방, 고시원)이 기억에 남아서였나 보다. 청년의 삶.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 월 25만원의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 사는 청년의 이야기, 올해의 목표가 창이 있는 월세 30만~35만원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이야기, 좁은 방에서 또 학원 책상에서 먹는 컵밥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대학 시절엔 보증금은 고사하고 월세 25만원이냐의 기로에서 고민했었고, 아니다 어떨 땐 월세도 없어 후배네 집에 얹혀 산 적도 있다. 장교 복무 후 그나마 모아 놓은 돈으로 보증금 500에 30의 집에서 결혼 때까지 살면서 매달 들어오는 돈 없이 빠져나가는 통장에 고민인 적도 많았다.
최근 인사도 있었고, 많은 일을 감당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된 게 사실이다. 마침 간장에 비빈 밥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생각의 종착지는 결국 초심으로 향한다. 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