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박보람이 그룹 동물원의 동명의 곡 ‘혜화동’을 리메이크해 부른 응답하라 1988, 마지막 장면에는 동네 골목길을 재개발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드라마에서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응팔 친구들의 골목길 추억이 재개발이라는 이름 앞에 사라져버렸다.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처가 역시 한 달 뒤면 재개발에 들어간다. 비교적 넉넉한 보상을 받고 인근에 괜찮은 집을 구하셨고, 다음에 아이들이 외갓집에 오면 훨씬 신 나게 놀 수 있을 곳으로 이사 간다는 생각에 기쁜 맘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이곳은 와이프가 어릴 때부터 살던 추억과 온기가 스민 곳, 나와의 인연도 이제 꽤 오래됐다. 결혼을 앞두고 처음 인사 드리러 가던 날, 적잖은 긴장과 설렘으로 방문했던 그 날의 기억들. 자주는 못 가고, 1년에 한두 번 찾아뵐 때마다 어느덧 두 식구가 세 식구가 됐고, 이제는 네 식구가 함께다.
골목의 마지막을 기억하고자 폰으로 몇 장 담았다. 이미 뒷집과 골목 첫째 집은 이사를 한 상태, 동네에 이제 몇 집 남지 않았다. ‘아이들이 크면 아마 이 집을 기억 못 하겠지’. 이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골목길의 추억을 대신 간직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손님이 찾아왔다. 고양이 한 마리. 거실에서 상경을 준비하던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래, 고양이 너라도 이 골목길을 같이 기억해다오’.
2016/05/07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전주 한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