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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지나친 준비정신?

몇 시간 동안 내 속을 썩였던 휴대폰을 활용해 그려본 휴대폰

 

준비는 ‘미리 마련하여 갖춘다’는 뜻이다. 준비는 당연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제 준비가 독이 되는 경험을 했다.

 

인터넷으로 휴대전화기를 구매하고, 월요일 개통을 앞두고 있었다. 주말에 배송된 휴대폰, 개통 전이라도 와이파이가 잡히니 온갖 프로그램을 깔 수 있었다. 연동이 자유로우니 구글과 연계된 것은 웬만하면 다 깔렸다. 월요일 개통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했다. 전화번호도 다운을 받아놓고, 잠금 패턴도 미리 설정했다.

 

드디어 개통 시간. 번호이동을 선택했던지라 기존 핸드폰이 우선 먹통이 됐다. 이제 새 폰이 개통될 차례.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래저래 플랜 B를 가동해 봐도 유심 다운로드가 되지 않는 상황. 상황이 꼬이려다 보니 마침 출장 중이라 다른 연락할 수단이 마땅찮았다. 하, 이거 참. 그렇게 5시간 정도를 먹통인 새 폰과 구 폰을 들고 끙끙댔다. 그것도 일하면서.(이 주제와 상관없이 몇 시간 먹통을 겪어보니, 내 삶에 핸드폰이 얼마나 많이 침투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할까. 긴장할 일인가 놓아줄 일인가)

 

누군가의 휴대폰을 빌려 한 번씩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상담 대기 중인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연락받을 전화번호를 남기라고 한다. ‘내 폰이 없는데 무슨 번호를 남기느냐고!’ 온갖 화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결국 와이파이(어제 출장 간 곳은 와이파이도 잘 안 뜨는 지역이었다)로 가까스로 연결한 카카오톡을 활용해 겨우 문의를 했더니, 문제는 간단한 곳에 있었다. 잠금 패턴을 설정해 놓으면 유심이 다운로드 안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얼른 풀었더니 그제야 개통됐다. 허탈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평소 장점이라 생각하던 ‘준비 정신’이 이렇게 걸림돌이 되다니.
 

아마도 준비가 지나쳤나 보다.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난다. 삶과 죽음이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적당히 할 건 적당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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