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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1초의 차이

 

넓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람했다. 올림픽 첫 상대는 약체로 분류되는 피지. 피지쯤이야. 물론 8-0 대승으로 끝이 났지만, 경기가 전반전엔 한 골에 그치는 등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한국이 파상 공세 끝에 겨우겨우 한 골을 넣은 후 얻어낸 페널티킥. 기대감에 몰입했지만, 키커가 차려는 순간 저쪽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1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노골을 직감했다. 아니나다를까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직감은 현실이었다.

 

‘이상하다, 왜 같은 중계인데 시차가 날까’ 싶어 봤더니 방송사가 달랐다. 중계시스템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내부 시스템이 다르겠구나 싶었다. 누구는 이 짧은 시간대 차이가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생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나 할까.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백수일 때다. 집엔 TV가 없었다. 축구대표팀이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 나서는 걸 컴퓨터를 통해 봤다. 2대 0으로 그리스에 승리했는데 골 넣는 짜릿한 순간마다 김이 새는 경험을 했다. 골이 문전 앞에 접근할 때, 기대감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골이 들어가기 몇 초 전 벌써 동네는 ‘우와!’라는 함성으로 들끓었다. 몇 초 뒤 컴퓨터 화면에서 실제 골이 들어갔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골을 눈이 아닌 함성으로 먼저 알게 되는 순간. 반면 노골일 땐 탄식 소리로 미리 알 수 있었다. 생방송이 생방송이 아니었다.

 

1초의 시간, 몇 초의 시간은 짧지만 이처럼 중요하다. 매사도 마찬가지. 그런데 나는 왜 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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