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역대 53kg급 윤진희는 1㎏ 뒤지는 차이로 4위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1위(합계 230㎏)로 경기를 마친 리야준(23·중국)이 실격 처리되면서 동메달을 차지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윤진희와 그녀의 남편 원정식 역도 선수, 가족은 물론 예상치 못한 동메달 소식을 들은 온 국민이 기뻤다.
#안바울은 전적에서 밀리던 일본 선수를 4강에서 힘겹게 꺾는 쾌거를 거뒀다. 세계랭킹 1위인 안바울의 결승 상대는 순위로만 따지면 비교가 안 되는 26위 파비오(이탈리아) 선수. 안바울은 경기 시작 후 얼마 안 돼 일격에 한판패로 무릎을 꿇었다. 안바울도 허탈했고, 나도 그렇고 온 국민이 망연자실.
안바울은 마인드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마 문득문득 오늘의 경기가 떠오를 것이다. 가슴 시리도록. 감정을 잘 다스린다 해도 평생 회한으로 기억될 장면. 전날 여자 유도 은메달을 획득하고 펑펑 눈물을 쏟은 정보경도 비슷할 것이다. 메달이 동메달보다 덜 행복하고 덜 만족스럽다는 올림픽 심리학이 적용되는 특화된 비교 대상이다.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우위지만 심리적 거리는 둘의 경우만 보자면 윤진희가 훨씬 위에 있다.
혹자는 한국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성공 제일주의와 1등 만능주의 국민성이 부른 안타까운 장면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과도한 금메달 지상주의가 선수들을 압박해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선진국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고도 축제를 즐기는 것과 대비되는 예를 들곤 한다. 조금은 맞는 말일 수 있는데 따지고 보고 곱씹어봐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의 눈물은 국민들에게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야 있겠지만, 누군가를 의식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본인이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한 회한이다. 그렇게 노력하고 쏟아부었는데, 세계 최강이라는 정상을 향해 피땀을 흘렸는데 문턱에서 좌절됐을 때 느끼는 허탈함이다. 정상을 차지할 자격이 있기 때문에 흘릴 수 있는 눈물이다. 그런 노력과 자기 절제 없이 공으로 뭔가를 얻으려 하는 가벼운 이들이 절대 맛볼 수 없는 그런 농도 짙은 눈물이다.
그들의 눈물은 이미 순위를 초월한다. 얼마 전 관람한 국가대표2 시사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감독역을 맡은 강대웅(오달수)의 아버지가 생중계를 보며 메달 진입에 마음졸이는 가족들을 향해 '아들은 이미 승리했는데 뭐하러 경기를 보느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고가 연출하는 눈물과 감동은 이처럼 순위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맘껏 울어도 된다. 눈물을 흘릴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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