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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영감 돋는 카페에서의 전투

 

주말인데도 한가한 커피숍을 발견했다. ‘와우, 영감 돋겠군!’
매장이 그리 넓진 않았지만 2명의 손님만 있었다. 분위기도 조용하다.

 

하지만 잠깐. 음료를 주문하고 얼마 뒤 한 무리의 아줌마 부대들이 가게 안으로 쳐들어왔다. 두 부대의 각각의 손님이다. 한쪽은 4명, 다른 쪽은 3명.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한번 발동 걸린 수다는 중단 없는 전진만 있을 뿐이다.
영감은 어느덧 긴급 출장을 가기 시작했고, 귀가 자꾸 수다의 근원지로 향한다. 거부하면 할수록 점점 더 빨려 들어가는 힘이 있다. 흡입력인가. 귀에 찰싹 달라붙는 것이 흡착력이 더 적확한 표현인가.

 

소리 없는 전투는 아름답기라도 하지, 이것은 한껏 업(up) 된 전투. 누가 이 수다에서 이길지, 이것은 소리 심한 아우성.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지면 끝이라고 누가 말했나. 전투는 곧 전쟁을 좌우한다. 이 전투의 승자가 8·27 수다 전쟁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나와 함께 영감 돋는 카페 분위기를 기대했던 2명의 손님이 나가떨어진다. 주섬주섬 짐을 싸더니 퇴장. 갈 시간이 됐기 때문인지 이 전투의 희생양인 것인지.

 

나마저 무너지면 끝장이다. 이건 아마도 이 땅의 카페 분위기를 수다에 넘겨줄 것인가 상념의 공간으로 남겨둘 것인가의 싸움. 사명이 생겼다. 치열하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어서 빨리 우군이 와야 할 텐데. 외로운 싸움이다. 17대 1의 싸움까진 아니지만 7대 1의 불리함.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세상이 험하고, 이리도 치열한데 너는 어찌하여 카페에 앉아 한가하게 ‘생각 사치’를 부리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괜찮다. 멍 때리니까 청춘이다. ‘돈 사치’ 부릴 능력이 안 되니 ‘생각 사치’라도 맘껏 부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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