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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물 먹는 하마? 똥 싸는 하마!

주제 : 물 먹는 하마? 똥 싸는 하마!

부제 : 강렬함이란 이런 것

 

추석날, 서울대공원에서 본 하마. 이 장면 촬영 후 하마는 몸을 슬쩍 돌리더니 똥을 싸기 시작한다. 그 짧은 꼬리를 휙휙 돌리면서! 꼬리에 튕긴 똥은 관중석을 위협할 정도로 가까이 날아왔다. 뒤로 피하느라 차마 그 장면을 촬영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프로펠러돌듯 튕긴 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추석에 사정상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이유 생략. 둘째는 환절기라 그런지 열이 심하게 났다. 둘째가 아플 땐 첫째를 데리고 집을 나서는 것이 아내와 둘째에겐 최선이었다. 결국, 둘째의 감기는 첫째에겐 기회였다. 아비를 독차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추석 전날엔 첫째를 끌고 과천 서울랜드에 갔다. 하루 뒤인 추석 날엔 첫째를 다시 끌고 과천 서울대공원에 갔다.

 

여기서 잠깐. 경기 과천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왜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이라 부를까. 이상하지 않나. 경기 주민들 기분나쁘게시리. 위치는 경기지만 서울 사람이 더 많이 가니까 서울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합리화할 수 있단 말인가. 네이밍에서 밀리는 걸 보면 여전히 파워 승자는 경기보다 서울이다.


어쨌든. 그렇게 이틀 연속 과천랜드와 과천대공원에 갔다. 과천랜드에선 회전목마만 세 번을 탔다. 첫째가 아직 다섯 살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어서 바이킹과 자이로드롭을 탈 정도로 크거라!. 오늘 간 과천대공원에선 하마가 압권이었다. 여름엔 더웠는지 늘 물에만 처박혀 나올 생각을 않던 하마가 오늘은 팬서비스를 제대로 했다. 바위에 성큼성큼 올라서더니 잠시 후 똥을 싼다. 그냥 싸는 게 아니었다. 똥을 싸는 동시에 작은 꼬리를 휙휙 돌리더니 똥이 막 날아갔다. 소용돌이치듯 똥은 그렇게 날아갔다.

 

첫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과천대공원의 입구에서부터 다시 입구에 설 때까지 장장 다섯 시간 동안의 대장정 중 가장 인상적 장면이었다. 첫째는 공원 지도를 보며 조정만 하면 되니 신 났겠지만, 조종을 받은 아비는 땡볕에 유모차를 낑낑대며 끌어야 했다. 그래도 아이가 쉽게 볼 수 없는 하마 똥 싸는 모습도 봤으니 보람찼다. 개미핥기 등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은 윤활유와 같았다. 유모차를 힘껏 밀 수 있는 그런 힘이 됐다.

 

하마 똥 싸면서 꼬리로 휙휙 저어 똥 튕기는 모습 본 적 있는 사람? 봤다면 우린 하마 똥 꼬리 튕기는 걸 본 동지다. 과천대공원을 다섯 시간 동안 땀 뻘뻘 흘리며 돌면서 제일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다. 강렬함이란 이런 것, 뇌리에 확실하게 꽂히는 것. 하마는 더 이상 내게 ‘물 먹는 하마’가 아니다. (꼬리 휙휙 돌리며)‘똥 싸는 하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