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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정치를 욕하면서도 정치뉴스를 계속 보는 이유

정치를 욕하면서도 정치뉴스에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재미가 있어서다. 올해 방영됐던 보좌관 출신 정현민 작가의 드라마 ‘어셈블리’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시청률이 부진한 것을 놓고 사람들은 "현실정치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데 굳이 드라마를 보려고 하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권모술수와 권력다툼, 배신, 영혼 없는 미소, 이합집산,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등 영화나 드라마에 있을 법한 내용이 현실 정치에선 여과 없이 드러난다.


21일 조간 기사를 보면서 "이래서 정치가 참 재미있구나"고 생각하게 만드는 두 장면이 있었다. 


<조선일보 4면과 중앙일보 6면-조선은 사진을 경북일보와 뉴시스, 중앙은 뉴시스 사진을 사용했다>

다른 조간들이 증명사진 형태의 인물 사진을 사용한 것과 달리 

조선과 중앙은 사진의 의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을 비중있게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 장면은 전날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예비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간 모습이다. 이곳은 청와대와 기 싸움을 하다 원내대표직에서 사실상 ‘쫓겨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다. 현역 중진 의원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 여의도 경력으로만 보자면 정치신인인 후보의 출정식에, 같은 당 의원들이 우르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이례적인 장면이다. 


게다가 출정식에서 친박 의원들은 이 후보를 "진실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지역 현역으로 있는 유 의원은 진실하지 않은 사람인가? 친박 입장에서야 그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와 대립하던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라고 대놓고 까대던 서슬 퍼런 장면이 반년이나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과반수가 넘는 국회의원이 있는 여당 내에서 요즘같이 ‘할 말을 하는’ 소신 정치인을 찾아 보기 힘든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자기네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해도 이런 식의 노골적 왕따시키기는 좀 아니지 않나 싶다. 


배신의 정치에 맞서는 속 좁은 정치인가?


오른쪽 장면은 전날 서울 서초갑에 출마 의사를 밝힌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모습이다. 둘 다 국회 정론관에서 15분 간격으로 출마 선언을 했기에 사진처럼 겹치는 장면이 연출됐다. 조 전 장관은 신박으로, 이 전 위원은 원박으로 분류된다. 조 전 장관은 한나라당 시절 대변인과 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 대변인 등을 지냈고 이 전 위원은 2007년에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거쳐 의원을 두 번 했다. 공통분모가 그만큼 많은 옛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난 것이다. 둘 다 속으로 이를 갈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겸연쩍은 미소를 던지는 걸 보면 확실히 정치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두 지역구 모두 여당에선 ‘공천=당선’의 공식이 통하는 지역임을 볼 때(아니, 이번 경우엔 누구 하나라도 공천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한다면 결말은 예측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승자는 누가 될지. 


이렇게 흥미진진한데 정치뉴스를 외면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