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이틀 뒤 자정에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비상사태는 이틀 뒤 자정부터일까, 아니면 지진을 인지한 현 시점부터일까.
‘입법 비상사태’를 지진에 비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맥락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1월 1일 0시까지 선거구획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전국 선거구 246개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 예비 후보들의 자격이 박탈돼 선거운동도 중단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의 효력을 올해 12월31일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까지 이제 딱 이틀 남았다. 그런데도 여야 협상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여야 지도부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게 되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비상사태’라는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따라가는 입장을 취하려는 노림수로도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입법비상사태라고 생각하는 법적 시점은 1월1일 0시"라고 누차 밝힌 바 있다. 직권상정이 그때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직권상정은 분명 비상사태가 있어야 한다.
의안 심사 기간을 지정한 국회법 85조는
1. 천재지변의 경우
2.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3.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등으로 직권상정 요건을 지정했다.
국회법을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장이 비상사태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1월1일 0시가 돼서야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이해는 간다. 하지만 비상사태의 시점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법에서도 급박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명백하게 예견된다는 것이 입증되면 집행정지나 가처분 등을 받아들이지 않나. 너무 리걸하지 않은 마인드인가. 그렇다면 법이 정한 시한을 뭉게는 국회의원들은, 그걸 방관하고 있는 국회의장은 리걸마인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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