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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응답하라 겹사돈과 동성동본 결혼

응팔이 종영돼도 ‘그때그시절’ 열기는 식을 줄 모르네요. 특히 마지막회에서 1990년대 대표적인 사회변화였던 겹사돈, 동성동본 결혼 문제를 건드리면서 시사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결혼 역시 민법 개정 등 제도적으로 변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응팔 종영과 함께 관련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겹사돈과 동성동본 결혼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다소 두루뭉술한 것 같아 관련 민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뒤져보면서 좀 더 심층적으로 그 발자취를 따라가 봤습니다.


헌법재판소 판례 검색-1997년 동성동본 결혼금지 헌법불합치 결정문 캡쳐(바로가기)


헌재 결정문으로 바로가기 링크를 걸면 페이지 없음으로 나와서 헌재 사이트로 연결하도록 했습니다. 

검색어에 '동성동본'을 치시면 됩니다.  


겹사돈과 동성동본 결혼 금지는 모두 2005년 개정되기 전의 민법 809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개정 전 민법

제809조(동성혼 등의 금지) 

①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남계혈족의 배우자, 부의 혈족 및 기타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우선 겹사돈 문제를 다뤄보면 위의 민법 809조에서는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사람 사이에서는 혼인할 수 없다’라고 규정했는데 인척의 범위가 1990년 개정되면서 겹사돈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1990년 개정 전후의 민법 769조

개정 전 : ‘혈족의 혈족자,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

개정 후 :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


즉,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빠진 것이죠. 선우와 보라, 택이와 덕선을 예로 들어 봅시다. 보라를 기준으로 할 때 ‘혈족(덕선)의 배우자(택)의 혈족(선우)’은 1990년 개정 전을 기준으로 하면 결혼이 금지됐던 것이죠. 여기서 혈족은 자연혈족과 법정혈족 모두를 의미하는데 택이와 선우가 피가 안 섞였더라도 법정혈족에 속하게 되겠죠? 하지만 이 조항이 빠지면서 겹사돈이 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위 769조 조항에 보면 비슷해 보이는 항목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 개정되면서 삭제된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과 비슷해 보이지만 따져보니 다르더군요. 다시 보라를 기준으로 해 봤을 때 ‘배우자(선우)의 혈족(택)의 배우자(덕선)’가 돼 버리죠. 엥? 보라와 덕선의 결혼을 금지한다? 그렇습니다. 이 조항은 덕선과 보라처럼 자매가 아닌 남녀 형제지간을 예로 봤을 때 더 잘 이해가 되더군요. 택이 대신 진주를 대입시켜 보면 ‘배우자(선우)의 혈족(진주)의 배우자(00)’와 결혼 금지. 즉 보라는 진주의 배우자가 됐던 사람과 결혼을 못 하게 되는 것이죠. 하, 이 부분은 참고용이니 헷갈리면 패스하시면 됩니다.


다음은 동성동본 결혼 문제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민법 809조 1항이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해당하는 커플의 반발이 심했겠죠. 응팔에서도 보셨듯 사랑을 제도가 쉽게 갈라놓지 못하죠. 그래서 민법은 개정하지 못하고 1978년, 1988년, 1996년 각각 1년 동안 혼인에 관한 특례법을 시행했다고 하네요. 동성동본으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가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차에 1997년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됩니다.


당시 결정문을 살펴보면 재판관 9명 중 5명이 단순위헌 의견, 재판관 2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냅니다. 위헌 결정을 하려면 정족수인 단순위원 6명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죠. 위헌이었다면 즉시 효력이 중지됐겠지만, 헌법불합치라서 국회에서 법 개정을 위한 일정시한을 두게 됩니다. 


헌재는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자가 1998. 12. 31.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1999. 1. 1.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라고 단서를 달게 됩니다. 1999년부터 효력이 중지돼 동성동본 결혼 금지는 사문화됩니다. 법 개정은 2005년이 돼서야 이뤄졌죠.


2005년 개정 전후의 민법 809조

개정 전

①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남계혈족의 배우자, 부의 혈족 및 기타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개정 후

제809조(근친혼 등의 금지) ①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③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혼인 금지 대상도 세분화돼 축소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이런 법 개정은 지난해 헌재의 간통죄 폐지 결정만큼, 아니 어쩌면 간통죄보다 더 큰,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을 위의 조문만 살펴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결혼 제도와 관련해서 어떤 조항들이 또 변하게 될지,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아마도 20년 뒤 '응답하라 2016'이 나오면 뒤돌아볼 수 있겠네요. 그때 나이가 들어 있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서글퍼진다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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