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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변협 검사평가에서 선정된 우수 검사들 씁쓸할 듯

대한변호사협회가 처음으로 실시한 검사평가 결과를 19일 발표했습니다. 법관평가제와 달리 검사평가제에서 우수 검사로 선정되면 저 같으면 울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이런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내가 그렇게렇게 만만하니’


왜냐구요? 변호사들이 뽑은 법관평가와 검사평가는 성격 자체가 완전 다르기 때문입니다. 굳이 법정에 들어가서 방청을 하지 않아도 요즘 법률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알 수 있죠. 검찰과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이고, 판사는 판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검찰과 변호사는 서로 싸우는 선수들이고, 룰에 맞게 싸우도록 심판을 보는 것이 판사죠. 선수들이 심판이 얼마나 공정하고, 제대로 심판을 내리는지 평가하는 것과 상대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선수라면 어떤 상대 선수에게 후한 평가를 하시겠습니까. 독하고, 교묘하고, 인정머리 없고, 나보다 싸움 잘하는 이런 상대 선수에게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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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한다고 변협이 발표했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형사사건을 맡는 변호사들은 자신이 맡은 피의자의 구속이나 기소 여부에 따라 실적과 직결되죠. 공격해 오는 검찰에 대해 최대한 방어전을 펼치려 합니다. 수사를 잘하는 검사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물론, 부당한 수사기법이나 선을 넘은 인권침해까지 옹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부패 척결 등 합법 선상에서 이뤄지는 검사의 범죄와의 전쟁 관점에서 봐 주시면 좋을듯하네요.) 방어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기분 나쁘겠죠. 사건의 대척점에 있는 변호사, 이해관계가 분명한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변협은 이날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 각각 5명씩 우수 검사로 선정했습니다. 당연히 변협이 밝혔듯이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모범 사례가 주된 이유로 뽑혔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것이 아니지 않지만^^, 글쎄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던 찰나 검사평가 결과 발표 몇 시간 만에 이런 기사가 떴네요. 경향은 단독으로 변호사가 뽑은 ‘우수’ 검사…알고 보니 ‘향응 수수’ 검사를 보도했습니다.


우수 검사 중 한 명이 외부인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혐의로 법무부로부터 최근 견책 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네요. 검사평가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예상대로 공정성 논란이 일게 됐습니다.


굳이 이런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도 제가 우수 검사에 선정된 당사자라면 이런 생각이 들 거 같네요. ‘누가 뽑아달라고 부탁했니?’ 뽑히는 검사 입장에선 훈장이 아니라 주홍글씨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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