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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0주년 전면개정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0주년 전면개정판 / 조지 레이코프 / 2015

 

인간의 선택적 인지 혹은 자의적 사고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보편화시킨 언어학자 겸 정치평론가


유명 작가라서 그런지 책 내용이나 후기는 무수히 많은 블로그와 서평 등에서 다루고 있어서 따로 남기진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어서 한번 적어본다.


저자는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보수 진영의 사고방식이 정치 영역으로까지 확장돼 ‘자애로운 부모’ 모델의 진보 진영보다 프레임 싸움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선점된 보수 프레임에 맞춰 진보 진영에서도 보수 쪽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이 책 제목처럼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명령하면, 역으로 우리 뇌에선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오히려 더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프레임 싸움에서 진보가 보수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 보수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프레임을 벗어나서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등 두 번째 파트에서 제시를 해 놨지만, 추격은 할 수 있어도 따라잡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도 밝혔듯 25~30%의 극우에 치우친 사람들은 어차피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진보로 돌아오지 않는다. 역으로 생각해도 마찬가지.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선점돼 있는 보수의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그쪽으로 흡수돼 자연스럽게 보수 프레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게다가 사람은 나이가 들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수적 성향이 추가 탑재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구조를 타파할 수 있을까.


정당으로 비유해 보면 양당제 구조에선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60:40 혹은 55:45의 싸움이다. 대선 결과만 봐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수립될 수 있었던 것은 진보 진영이 잘해서라기보다 보수 진영이 분열했기 때문에 이 구도가 깨질 수 있었다. 이회창과 김대중 두 사람의 싸움에선 이인제가 있었고, 이회창과 노무현의 싸움에선 정몽준이 있었다.

 

제3당 체제에선 이 구조, 이 프레임을 깰 틈바구니가 미약하게나마 보인다. 60:40 혹은 55:45의 보수 진보 프레임에서 극우 극좌는 어차피 양쪽 30%다. 이 수치를 빼고 남은 사람들은 사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성향을 보인다. 중도를 표방한 제3정당이 이들을 흡수하는 시나리오. 현실정치로 봤을 때 대안 제3정당이 호남의 일부, 영남 일부를 흡수해 오면 된다. 물론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현재 그럴 능력을 갖췄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다면 다음 총선에선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싸움은 둘 간의 권력다툼에선 진보 진영에 별 승산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중도층을 대변하는, 보수 진보 모두에 위협을 주는 새로운 중도 프레임이 생겨야 보수 우위의 현 상태를 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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