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서두에서 던진 화두는 신선했다.
"제 3 섹터는 국가영역은 아니더라도 공공영역으로서 공동체적 책임성과 공공성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다"
‘비영리단체 등 제3의 섹터에도 공공성이 있었나’하는 신선한 충격이 전달됐다. 공공성이라는 것은 시장영역과 대비되는 국가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있는 이유를 이 책에선 "국가영역과 시장영역을 감시·견제하면서 파트너십 관계를 통해 사회적 후생과 공공재 및 사회자본 구축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원론적 설명. 이후 한국에선 왜 이런 인식이 부족했는지 설명하고 있다. 한국 제3 섹터와 조직들의 경우 역할과 성격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모호하며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기존에 가졌던 인식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공공성을 관 또는 국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 운동 직후 시민사회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했고, 시민사회의 규범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변혁 일변도의 시민사회운동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주제를 바탕으로 책이 일관성 있게 전개된다기보다 10개의 장에선 제 3 섹터의 역사, 기부문화, 법제와 세제, 사회적 기업, 기업사회 공헌 등 세부적인 내용을 다룬다. 사실 구체적으로까지는 관심이 없어서 중간중간 집중도가 떨어지긴 했다. 왜 제 3 섹터의 공공성이 떨어지고, 왜 그렇게 인식됐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좀 더 밀도 있게 다뤘으면 하는 구성상의 아쉬움은 남았다.
이런 아쉬움에도 이 책에서 제시한 제 3 섹터의 한계와 과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은 관의 전유물이며 사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민간이 공익을 추구하는 NPO나 제 3 섹터의 공간이 좁다. 시민들의 집단행동은 단체 이기주의적 성격 강해"
"비영리법인이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부여함에 있어 공익성 확인 객관적 절차 미비한 실정, 운영상의 투명성, 책임성 등을 높이는 과제"
마지막 장에선 제 3 섹터의 내일을 위한 과제 5가지를 제시했다. 크게 분류하면 ‘정체성 혼란-재정 불안-경영 및 투명성 확보’ 등이다. 공공영역에만 강조됐던 공공성이 국가와 시장 사이의 중간 지대인 제 3 섹터에도 제대로 전이된다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2016/02/21 - [세상사/시사스러운] - 민망한 예비후보 명함
'세상사 > 책책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클 푼케의 레버넌트 VS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1) | 2016.03.01 |
---|---|
<정의를 부탁해> 권석천의 시각 (0) | 2016.02.23 |
이어령 <지의 최전선> (1) | 2016.02.15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0주년 전면개정판 (0) | 2016.02.12 |
<스마트시대의 위험과 대응방안> (1) | 2016.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