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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민망한 예비후보 명함

선거철이라 예비후보들의 명함을 많이 받는다. 그 중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명함이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크기의 명함에, 자기 얼굴만 넣어도 비좁은 명함에 굳이 누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후보들.

 


솔직히 그런 명함을 받으면 ‘저 사람은 보여줄 것이 저것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이 돼서 국가와 지역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비전과 포부는 온데간데없다.


참 눈물겨운 명함도 있다. 지나가던 길인지 우연히 서 있다가 찍힌 건지 모를 정도로 그냥 같은 공간에 서 있다가 찍힌 사진을 절묘하게 편집해서 마치 의도적으로 함께 찍은 사진인 마냥 꾸역꾸역 넣은 명함. 10년도 더 전에 000 씨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시절 함께 찍은 빛바랜 장면의 사진을 그대로 담은 명함. 얼마나 본인 스스로 보여줄 것이 없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다.
문구는 또 어떤가. ‘000를 지키겠습니다’, ‘000를 보좌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엄연히 입법 행정 사법이 분리된 나라에서 언제부터 국회의원 선거가 경호원 선발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선거 전략이 먹힐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국회의원이라는 자체로 헌법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정해진 하나의 헌법기관이라고 그 지위가 규정돼 있다. 그런데 특정 인물에 기대 이 같은 후광 효과를 노리는 후보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들에게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너무 민망하지 않을까.


이번 선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명함을 보는 마지막 선거가 돼야 한다. 명함은 자신의 철학과 비전만 담기에도 너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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