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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정치권을 찾는 사람' vs '정치권이 찾는 사람'

과거엔 정치꾼들이 정치하는 길이 넓게 열려 있었다. 당권을 쥔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고, 00동계 00동계에서 신발정리부터 시작했다는 정치인들의 일화가 전설처럼 들려온다.

 

요즘엔 밑바닥부터 정치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없다. 밑바닥에서 정치를 시작하면 끝까지 밑바닥에 남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면 여야 할 것 없이 인재 영입이라며 모셔가는 분위기다.

 

전자를 '정치권을 찾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후자는 '정치권이 찾는 사람'으로 부를 수 있다.

 

'정치권을 찾는 사람'은 총선을 앞둔 요즘 국회와 여야 각 정당 당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예비후보들의 명함이 난무한다. 이력도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화려하다. 알맹이가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명함을 무차별 뿌리지만 거들떠보는 이가 별로 없다. 주변 휴지통은 금세 만원이다.

 

반면 '정치권이 찾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신상일 땐 몸값이 높다. 심지어 명함조차 안 들고다니는 경우가 있고, 휴대전화번호를 아는 이도 소수에 불과하다. 한때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무렵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도 들렸었다. 거론되는 숨은 인재들의 전화번호 확보가 기자들의 주된 임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그룹에선 한계도 분명 보인다.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신선함은 있지만 정치를 모른다는, 정치 생리와 어울리기 어렵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살아남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야가 앞다퉈 비례대표를 영입하고서도 4년이 지나면 존재감 없는 의원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들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 현실이다.

 

 

앞으로는

 

'정치권을 찾는 사람'의 정치력 + '정치권이 찾는 사람'의 전문성=(                       )

 

이 괄호 안에 드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승패는 아마도 이 덧셈 공식에 해당하는 진정한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강호의 인재는 분명 있을 터인데 언제 눈에 띄려나, 허헛.

 

*요즘 쌓여가는 예비후보 명함을 보면서 드는 생각을 주절주절 끄적끄적 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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