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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마이클 푼케의 레버넌트 VS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마이클 푼케의 레버넌트 VS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이전 글에서 '레버넌트' 책을 읽고 영화와 비교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친김에 바로 읽어버렸다. 미리 이야기해 두지만 아랫글엔 책과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선입견 없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바로 종료 창을 눌러주시길

 

마이클 푼케는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보다 영화가 더 극적이다. 책이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대목이 '복수의 동기' 부분이다. 책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간다.

 

 

우선 책에선 휴 글래스(디카프리오)가 존 피츠제럴드를 향한 복수의 동기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자신을 사지에 놓고 떠났다는 '단지 그' 이유에서다.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죽을 줄로 알고, 아니 죽어야 한다고 보고 글래스의 총칼을 모두 갖고 떠난다. 하지만 반문이 든다. 피츠제럴드의 비인간적인 됨됨이를 떠나서 과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글래스의 곁을 지킬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적의 위협과 추위와 배고픔이라는 한계적 상황에다 도저히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상태라는 점에서.

 

영화를 만든 감독 역시 이런 복수의 개연성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복수의 동기'를 글래스 자신이 아니라 글래스 아들에게서 가져오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글래스의 아들이라는 존재가 책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다. 책에선 자신을 놓고 간 피츠제럴드와 브리저를 글래스가 거의 동급으로 보고, 브리저에 대해선 살인까진 아니지만 나름의 복수를 한다. 브리저가 아마 체념하지 않고 저항했다면 글래스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글래스는 자신의 목숨보다 아끼던 아들을 죽인 피츠제럴드를 향한 복수로 불탄다. 그와 동행했던 브리저는 용서의 대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힘 없는 동행자에 불과할 뿐이다. 브리저가 자신을 놓고 간 이유를 글래스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이라면 책에선 전혀 다른 결말에 아마 놀랄 것이다. 영화는 눈벌판에서 벌어진 사투로 마무리됐지만 책에선 의외로 법정 장면으로 끝난다. 왠지 야만성이 절절한 영화에 법정 장면을 갖다 붙였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인공이 곰에게 당한 부상 정도가 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처참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디카프리오의 외모를 책에서와같이 사실적으로 처참히 묘사했다면 관중이 줄어들었을 듯.

 

책의 서두에 나온 성경 구절이 새롭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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