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절제

 

 

19일 열린 프리미어 12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9회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너무 흥분돼 브라운관 속으로 뛰어들어갈 기세였다.
그런데 선수들은 흥분하지 않았다. 여느 경기처럼 라인을 도열해 수비 선수를 반길 뿐. ‘왜 저러지?’ ‘방방 뛰고 승리를 축하해야 정상 아닌가?’
의문은 다음날 언론에 나온 기사를 보고서야 풀렸다. 절제 세러머니는 미리 약속된 것이라고 한다. 결승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아직 대회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고, 무엇보다 일본을 이기는 게 더 이상 새로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효과.
인터넷으로 가끔 장기를 두다 보면 특히 역전 외통수를 당했을 때, 상대방이 채팅방에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걸 볼 때가 있다. 그런 걸 당할 때 부글부글 끓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역으로 내가 역전승을 했을 때 똑같이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침묵한다. 누군들 역전승의 기쁨에 촐랑거리고 싶은 마음이 없겠나.
절제는 곧 강함의 다른 말이다. 승리에 절제가 더해질 때 완전한 승리가 된다. 인생사 일희일비 말자.

'인생사 > 수필인듯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독의 필요성  (0) 2015.12.10
지나침이라는 건  (0) 2015.12.09
조성진 열풍  (0) 2015.11.16
전화기  (0) 2015.11.06
철학을 노래한 가수  (0) 201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