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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조성진 열풍

 

조성진 -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 (Winner of the 17th International Fryderyk Chopin Piano Competition) / 유니버설 뮤직

 

고등학교 때 자습시간, 졸릴 때면 가요를 듣곤 했다. 잠이 어느 정도 달아나도 이어폰을 빼지 않았고, 결국 자습을 방해한 꼴이 됐다. 잠은 핑계였고, 본심은 가요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가요는 눈의 활자보다 귀의 가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클래식은 유용하다. 적절히 잠도 달아나게 해 주면서 공부든 일이든 집중을 헤치기보다 도와준다. 취재하면서 알게 된 몇몇 판사의 사무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사건 관련 서류들은 곁에서 보는 내가 다 숨이 막힐 지경, 클래식은 문서를 읽는 데도 방해가 되지 않고 무료한 활자 읽기에 활력소가 된다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희노애락을 담은 가사가 없어도, 음악은 그 자체로 흥을 돋우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가사를 덜어내니 더 벅차게 다가오는 무언가. 덜어내고 비우면 채워지는 힘, 클래식의 진가.
다시 클래식에 손이 간다. ‘조성진 열풍’ 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 했던 요즘 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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